실화 바탕 이야기 재구성
사회문제 다룬 동화 등장
서점서 아동용 도서 강세
학습능력 발달 독해 중요

[강원도민일보 김여진·김진형 기자]동화가 끝없이 진화중이다.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미투운동 같은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고,추리장르까지 섭렵한다.어린이들도 얼마든지 상처받기 쉽고,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 동화작가들은 주목한다.주위를 챙길 줄 아는 따뜻한 어른,아픔을 딛고 일어날 줄 아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지침서들을 내놓고 있다.



>>>경찰서에 온 수리부엉이 ‘문의파출소’

지난 2월 트랙터를 끌고 수리부엉이 한 마리와 파출소를 찾은 노인이 있었다.부엉이의 죄목은 ‘재물손괴죄’.민가로 내려온 수리부엉이가 닭 11마리를 잡아먹고 주인에게 포획된 사건이다.홍종의 동화작가가 펴낸 ‘문의파출소’는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실화가 바탕이다.

사건을 맡은 경찰관이 “부엉씨!사는 곳이 어딥니까?나이는 몇 살입니까”하고 수리부엉이 조사를 시작하지만 부엉이를 잡아온 할아버지에게 야생동물보호법 위반이 적용되며 상황은 반전된다.무차별적 개발로 야생동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책은 문의파출소 경찰관들의 슬기로운 대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법을 모색한다.홍 작가는 “아이들에게 경찰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함께 사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 범인 추적기 ‘편의점 도난사건’

2017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박그루 작가의 첫 동화책 ‘편의점 도난사건’은 추리동화의 형식을 빌리면서 묘한 긴장감을 안겨준다.낯선 공간에 대한 ‘적응’을 주제로 가장 흔한 공간 중 하나인 편의점을 소재로 삼았다.주인공은 아버지를 잃고 낯선 동네에 이사 온 소년 은수.엄마가 일하는 편의점에 도둑이 든 것을 보게 된 은수가 친구들과 힘을 합쳐 범인을 잡는다.어른들에게 기대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지혜를 모으는 과정,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극복하는 모습을 세밀한 감정묘사로 그려내고 있다.어린이들이 온 동네를 자유롭게 누비며 밝게 성장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삽화를 맡은 백대승 작가의 그림도 몰입감을 더해준다.

>>>편견지우는 노력 ‘지름길은 필요없어’

정혜원 작가(박경리문학공원 소장)의 ‘지름길은 필요없어’는 편견과 차별을 피해 늘 지름길을 택하는 다문화 가정 아이 하늘이 이야기다.‘아무도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하며 걷는 지름길은 하늘이가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를 상징한다.앞서 펴낸 ‘뽀꾸의 사라진 왕국’에서는 미투운동과 종교계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권력자가 된 흑비둘기 ‘뽀꾸’가 노동을 강요하고,수확을 배분하지 않으며 여자 비둘기들을 희롱하는 등 모습을 묘사했다.

정 작가는 “동화가 교훈만 가득 담고 있다면 문학성이 떨어지고 재미없는 설교집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아우르는 것이 작가의 능력일텐데 용기를 냈다”고 했다.

>>>공부 배우고,양심 기르는 방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지속되는 아동용 도서 강세 현상은 책을 통한 교육효과에 거는 부모들의 기대를 반증한다.이같은 수요에 맞춰 출판사들은 ‘잘팔리는’ 소재를 찾지만 동화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소재발굴이 이를 앞선다.홍종의 작가(한국아동문인협회 부회장)는 “용기나 반려동물 등 특정 키워드나 소재를 출판사에서 원하는 경우들도 많다”며 “그림책이든 만화든 아날로그 종이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독해력은 수학을 포함한 모든 학습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정혜원 작가는 “악의 신은 어린이라고 봐주지 않는다.어릴 때부터 바른 양심이 무엇인지,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고 했다. 김여진·김진형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