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커피는 인스턴트 아닌 원두커피
1895년 출간 ‘서유견문’에 처음 등장
원두 조달 힘들어 비싼 가격에 거래
작가 이상 종로서 다방 ‘제비’ 개업

▲ 커피,크림,설탕의 3합 커피
▲ 커피,크림,설탕의 3합 커피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K-뷰티(K-beauty)의 나라 대한민국의 네 번째 커피이야기다.

우리나라 커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1895년에 출간된 유학자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등장한다.그는 일본과 미국 유학을 하였고,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외국의 정치,경제,문화 등 국제정세에 밝은 인물로 묘사된다.

1880년대 초 일본과 미국 유학 시절에 그는 이미 커피를 마셨을 것으로 추측된다.그는 서유견문에서 식사 후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서양인들은 검은색의 물을 마신다고 당시의 커피를 소개하기도 했다.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고종이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말은 커피를 홍보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이미 그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또한 중국,러시아 등과의 교류를 고려할 때 손탁호텔 이전에 커피를 마시는 장소도 이미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어떤 형태로 커피를 마셨을지 궁금증이 인다.아이러니하게도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내려 마셨다.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곳은 다방이었고,그 다방에는 요즈음 커피하우스에 바리스타가 있듯 소위 커피전문주방장이 있었다.

그러나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원두커피의 조달은 원활하지 않았고,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기막힌 아이디어가 등장한다.고소한 맛을 내는 콩가루나 담배꽁초와 같은 이물질을 혼합하여 원두찌꺼기를 재활용하거나 원두의 양을 줄여 사용한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먹는 음식 가지고 장난하는 사람은 빠지지 않는 것 같다.커피와 차를 마시는 곳은 ‘다방’이었고,다방은 ‘다실’로,다실은 다시 ‘찻집’으로 유행을 탄다.이후 커피숍(Coffee shop)의 흐름을 지나 현재는 커피전문점으로 가고 있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다방이 오픈하게 되고,카페도 하나씩 등장하게 된다.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대부분의 다방은 일본인들이 운영했고,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문인들도 하나씩 오픈하게 된다.

유럽의 카페문화가 그랬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작가,화가,연극 등 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이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만남과 토론의 장이 되었다.어느덧 다방은 도심의 명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날개’의 작가 이상도 다방개업을 한다.처음 개업한 다방은 ‘제비’로 종로에서 시작하였고,이 다방은 동거 중이던 기생과 함께 운영하였는데 꽤나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이후 개업한 다방들은 경영에 성공하지 못했고,‘69(식스나인)’이라는 카페는 완성단계에서 선정성 시비로 허가가 취소되기도 했다.오늘은 다방커피를 회상하면서 커피,크림,설탕의 3합 커피 한잔하시길.



밴드주소
https://band.us/@coffeestorya

▶ 김명섭 교수 약력
△한림성심대 교수 △(사)한국커피협회 부회장 겸 바리스타사관학교 교장 △한국대학영어교육학회 회장 △한국중앙영어영문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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