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등급 상품 가격책정도 안돼
종자·인건비 계산 전량 폐기
올해 공급과잉 가격 110% 급락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평창대화면에서 1만8500㎡(5600평) 규모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조옥란(45·여)씨는 올해 생산한 감자 중 절반도 팔지 못했다.그나마 품질이 우수한 감자는 틈새시장을 노려 수확기인 10월보다 두달 빠른 시기에 팔았지만 조림용으로 나가는 4~5등급은 가격이 매겨지지 않아 전량 폐기했다.조씨는 “감자를 팔았을때 인건비,운임비,경매비를 떼면 손에 쥐는 건 20㎏ 한 박스당 4000~5000원 밖에 안된다”며 “종자비,비료비,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마이너스도 심한 마이너스다”고 한숨을 내쉈다.

인제 원대리의 감자농 조남명(60)씨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8200㎡(2500평) 규모의 밭에서 16t 가량을 수확했지만 가격 폭락으로 내다 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그는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지인들에게 택배비 포함해서 10㎏에 2만원,20㎏에 3만원에 팔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빚더미에 앉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원 대표 농작물인 감자 값이 반토막 나 농민들이 수익은 커녕 영농을 위해 빌린 대출금도 상환 못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11일 현재 상(上)품 감자 도매가격(20㎏)은 2만2800원으로 전년(4만6240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중(中)품 감자도 20㎏ 기준 1만8400원으로 지난해(3만8640원)대비 2만240원(110%) 급락했다.

이는 감자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자 올해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공급 과잉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더욱이 강원산 감자는 수확시기가 상대적으로 빠른 남부와 제주지역 감자가 소비된 뒤 판매에 들어가야하는 구조여서 판매가 더 부진하다.도 관계자는 “전년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생산량이 많아져 가격이 떨어지는 연쇄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며 “관련기관과 협업해 농작물을 가공식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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