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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소통 할 수 있는 음악, 포기 않고 계속할 것”

[커버스토리 이사람]홍천 연고 드러머 김슬옹씨
외조부모 통해 예술적 감각 영향
밴드 경연프로그램 우승 등 주목
소속사 갈등 등 팀활동 중단 위기
2년여간 작업 새 밴드 앨범 발표

김진형 formation@kado.net 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10 면
▲ 밴드 ‘리카드’로 새 앨범을 낸 드러머 김슬옹 씨가 홍천 화촌면의 외갓집을 찾아 외조부모님에게 받은 영향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 밴드 ‘리카드’로 새 앨범을 낸 드러머 김슬옹 씨가 홍천 화촌면의 외갓집을 찾아 외조부모님에게 받은 영향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청각장애를 가진 노부부의 손자는 록밴드를 한다.아이는 듣지 못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큰 동작으로 드럼을 쳤다.중학교도 중퇴하고 음악에 빠져 살다보니 2011년 밴드 경연프로그램 ‘탑밴드’ 우승을 거머쥐었다.치솟았던 인기는 한 순간이었지만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최근 2인조 밴드 ‘리카드(RICRD)’라는 팀으로 돌아온 밴드 ‘톡식’ 출신의 드러머 김슬옹(27)이 홍천에 있는 그의 외조부모 박보열(90),강순덕(84)씨 집을 찾았다.

어린 시절 김슬옹에게 홍천 군업리의 산 속 외갓집은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의 자리를 대신해 줬던 안식처다.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비록 말을 하지 못했지만 수화를 통해 손자에게 마음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줬다.김슬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과감한 제스처를 꼽는 이유에 대해 “손짓,표정,퍼포먼스 등 음악적 표현력에서 할머니,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외조부모로부터 예술적 감각을 이어받은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하고 생각하는 부분은 할아버지를 닮았고,한 순간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는 부분은 할머니를 닮았다”고 했다.그는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음악을 직접 들려드리지 못한다는 점이 슬펐지만 지금은 박자를 타며 흥을 느끼시는 부분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할아버지 박보열씨는 늦은 나이에 붓글씨를 배워 전국장애인예술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다.집안 곳곳의 붓글씨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힘이 드럼스틱을 쥔 손자에게 이어지는 듯 했다.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처음 드럼을 배웠다는 김슬옹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하며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19세 때 기타리스트 김정우와 결성한 2인조 밴드 ‘톡식’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을 비롯해 정원영,김도균 등 국내 록 음악의 대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밴드 경연프로그램 ‘탑밴드’의 우승을 차지했다.‘산울림’과 ‘이글스’ 등의 음악을 리메이크해 70년대 사이키델릭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였다.드럼 연주에 노래를 섞고 키보드까지 맡으며 1인 다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톡식 앨범은 작곡력 부재 등의 이유로 팬들과 멀어져 갔고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팀 활동도 중단됐다.이후 ‘OK펑크’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솔로 앨범도 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간질까지 앓으며 자주 쓰러지기도 했다.김슬옹은 “드럼을 연주할 때 머리를 자주 흔들면서 뇌가 움직이는 자극적인 현상에 중독돼 몸을 많이 학대했었다.아직까지 방해요소가 될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인기가 많고 없고를 떠나 내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인지 김슬옹의 이번 앨범은 성숙함이 더해졌다.그는 “연주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뺐다.어렸을 때는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무조건 구겨넣어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비우는 때가 더 멋있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내버려둔다”고 했다.
▲ 밴드 리카드 멤버 김슬옹(사진 왼쪽)과 조후찬
▲ 밴드 리카드 멤버 김슬옹(사진 왼쪽)과 조후찬


김슬옹은 베이시스트 조후찬과 2년여간의 작업 끝에 ‘리카드’ 데뷔앨범 ‘풀스(Fools)’를 내놓았다.드럼과 베이스,단 두대의 악기 조합이지만 이들이 내뿜는 사운드는 강력하다.히식스와 윤수일 밴드 출신 베이시스트 조용식의 대를 이은 재즈 연주자 조후찬이 참여하면서 학구파와 언더그라운드의 결합을 이뤄냈다.얼터너티브와 뉴메탈 장르의 중간쯤에서 자기만의 소리를 찾은 리카드에 대해 김슬옹은 “기타가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플리터’라는 이펙터 장비를 활용해 기타의 소리를 더했다”고 설명했다.타이틀곡 ‘풀스’는 바보같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공존하며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 9월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내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톡식 재결합에 관한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김슬옹은 “멤버였던 정우 형의 계약이 끝나면서 톡식 앨범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잠깐 시끄러웠다가 조용해지기 보다는 꾸준히 음악을 보여드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대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는 밴드 음악의 현실에 대해 물었다.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음악하는 것이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티스트들이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계속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제작자들도 용기를 갖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들을 수 없어도 손주의 표정과 입 모양에 집중했던 박보열·강순덕씨는 수화를 통해 자랑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박씨는 “참 작았던 아이가 이렇게 성장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니 예쁘다”고 웃어보였다. 김진형

▶동영상 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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