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경기 광주에서 원주를 잇는 제2 영동고속도로에서 차량 20여 대가 뒤엉키는 대혼란이 일어났다.오전 7시 45분쯤 이른 아침 출근길 동 양평 나들목 부근에서 벌어진 일인데,30여 분간 21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는 끔찍한 장면이 CCTV에 그대로 찍혀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줬다.5명이 다쳤으나 더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사고 원인은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Black Ice) 때문이었다고 한다.도로 위에 내린 눈이나 비가 밤새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어붙는 살얼음이 블랙아이스다.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해 도로의 색깔과 구분할 수 없어 붙여진 이름인데,흑빙(黑氷)이라고도 한다.특히 터널 입·출구나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도로,교각 부근이 블랙아이스 취약 구간이다.

이 사고는 끔찍했지만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 같다.한 달 만인 지난 14일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다중 추돌사고가 잇따르면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이날 새벽 4시 41분쯤 영천방면 상행선 1차 사고로 20명의 사상자가 났고,비슷한 시간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19명의 사상자가 난 것이다.이 참사 주범 또한 블랙아이스였다.

블랙아이스가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는 데 있다.겨울철 운전자들에겐 무방비 상태에 덜컥 걸려드는 덫과 같은 것이다.블랙아이스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는 사고통계가 말해주고 있다.최근 5년 동안 겨울철 눈길 사고 사망자가 186명인데 비해 블랙아이스 사고 사망자는 706명에 달했고 한다.블랙아이스로 인한 사망률이 4배가량 높았다는 것이다.

해마다 이런 유형의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정부와 도로 관리 당국의 무감각과 무책임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블랙아이스’가 아닌가.세금을 걷고 통행료를 받는 정부와 당국이 침묵하는 것은 참사를 방조하는 것이나 다를 것 없다.예상되는 위험조차 막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지금이라도 책임을 묻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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