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풍기 ‘선물의 문화사’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선물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가장 좋은 창이라고 봤다.김풍기 교수가 최근 펴낸 ‘선물의 문화사’는 임금부터 사대부,민초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의 마음을 움직인 19가지 선물 이야기를 담았다.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앵무배 술잔과 도검,선비가 벗에게 보내는 종이와 벼루,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는 재산 분배록인 분재기,먼 타국으로 떠나며 새로 만날 사람에게 전할 요량으로 챙긴 청심환,단오 무렵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부채 등이다.조선시대에도 선물은 일상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작은 경제이자 사회적 상징이었다.책에 곁들여진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와 각종 문헌,그림,문화재 이야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허균의 사례를 통해 선물과 뇌물 사이의 경계도 짚었다.강릉부사로부터 공납 후 남은 32냥을 받은 허균은 오해받지 않기 위해 이 돈으로 중국에서 책을 사 강릉향교에 보냈다고 전해진다.하지만 선비들도 이를 받지 않자 경포호변 별장에 보관해 강릉 유생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공공성을 띤 사설도서관의 첫 사례로 볼 수 있는 이 곳이 선물과 뇌물 사이 담벼락을 걷는 지혜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청탁금지법의 엄중함 속에서도 신뢰와 마음의 무게를 담아 오가는 수많은 선물들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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