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끄트머리마을영화축제’
내일부터 3일간 서화리 마을극장DMZ 개최
서화리 이야기 ‘타란튤라의 춤바람’ 첫선
냇강마을 이야기 ‘살아가는 기적’ 개막작

▲ 인제 서화리 마을극장 DMZ전경.
▲ 인제 서화리 마을극장 DMZ전경.

▲ ‘타란튤라의 춤바람’ 제작과정 스케치.
▲ ‘타란튤라의 춤바람’ 제작과정 스케치.

[강원도민일보 김여진 기자]북한 내금강에서 불과 20㎞ 떨어진 최북단 마을,인제 서화리에서 마을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제 이름은 ‘끄트머리마을영화축제’.27∼29일 서화리 주민대피소와 마을극장DMZ에서 개최,스크린 앞에 모여 2019년 마지막 주말의 온기를 나눈다.마을극장DMZ는 집이 불에 탄 후 트럭 위의 삶을 전전하던 신지승 감독이 서화리 마을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건물에 꾸민 공간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축제 개막작은 지난 달부터 서화리 마을주민들과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고 제작에도 참여해 완성한 60분짜리 영화 ‘타란튤라의 춤바람’과 월학리 냇강마을 사람들의 영화 ‘살아가는 기적’.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타란튤라의 춤바람’은 27일 오후 1시 30분 서화리 주민대피소에서 첫 상영된다.신지승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총포소리를 일상 소음처럼 들어 온 접경지역 주민들의 강박관념을 중세시대 유럽에 퍼졌던 무도병에 빗댔다.완고한 시골노인이 마을 아이들이 키우던 거미에 물린 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게 되며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이 영화 제작과 상영에는 강원도와 인제군,공립인제내설악미술관도 작은 영화관 청소년 문화프로그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함께 한다.

또다른 개막작 ‘살아가는 기적’은 2010년 만들어졌지만 2017년 최근의 마을 상황을 반영해 보충촬영되는 등 ‘현재진행형’인 마을영화다.접경지역의 고된 마을살이를 극영화로 만들어낸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마을 주민들이 보내 온 지난 분단의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다.두 개막작을 통해 서화리와 냇강마을 두 곳의 같은 듯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인제 원통중,서화중,한계초교,서성초교 학생들이 참여한 짧은 극영화 작품과 인제 천리길 UCC 수상작들도 중간중간 깜짝 등장한다.

전국 각지의 마을영화와 마을을 방문한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들도 상영된다.전남 화순의 ‘벽나리의 미소’,경남 창녕 사지포마을의 ‘우포늪의 공룡’,경북 영주 무섬마을의 ‘선비가 사는 마을’, 서울시민들이 참여한 영화 ‘원효대교 아래서’,제주 북촌리의 ‘제주아라리’등 전국의 마을영화들과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의 ‘얘기해도 돼요?’,현영애 감독의 음악영화 ‘서둘러 천천히’(제천음악영화제 초청작) 등을 볼 수 있다.

1979년 전략마을로 조성된 서화리의 입주 40주년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마을사진 전시와 마을기록 영상 상영,노인합창단의 축하 공연,마을주민 이종혁 작가의 석공예작품 전시회도 마련된다.마을극장 DMZ의 리모델링과 영화도서관,소규모 상영관 등을 조성해 생활예술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진행되고 있다.

신 감독은 “DMZ마을 중에서도 인제 서화리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단의 슬픔을 안으로 삼키며 힘겹게 살아간 사람들의 또 다른 공간”이라면서 “접경지역의 마을살이를 극영화로 즐기면서 분단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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