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정문화재·문화재자료서 승격…“역사·건축 가치 뛰어나”

▲ 강릉 경포대[문화재청 제공]
▲ 강릉 경포대[문화재청 제공]
시도지정문화재와 문화재자료 중 역사·예술·학술·건축·경관 가치가 큰 누각과 정자 10곳이 한꺼번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강원도 ‘강릉 경포대(鏡浦臺)’와 경북 ‘김천 방초정(芳草亭)’, 전남 ‘영암 영보정(永保亭)’ 등 누정(樓亭) 10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보물로 함께 지정된 누각과 정자는 경북 ‘봉화 한수정(寒水亭)’, ‘청송 찬경루(讚慶樓)’, ‘안동 청원루(淸遠樓)’, ‘안동 체화정(체華亭)’, ‘ 경주 귀래정(歸來亭)’, 대구 ‘달성 하목정(霞鶩亭)’, 전북 ‘진안 수선루(睡仙樓)’다.

문화재청은 작년부터 시도지정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누정 370여건을 대상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그중 14건을 보물 지정 검토 대상으로 삼았고, 지자체와 협업해 10건을 예고한 데 이어 이번에 지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누각은 경치를 조망하도록 다락 구조로 높게 지은 집이고, 정자는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트인 곳에 세운 집을 뜻한다. 누각과 정자를 합쳐 흔히 누정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 누정은 선비정신에서 비롯한 절제미가 깃든 건축물로 평가된다.

보물 제2046호가 된 경포대는 관동팔경(關東八景) 가운데 제1경으로, 고려시대 후기 안축이 지은 ‘관동별곡’과 송강 정철이 쓴 ‘관동별곡’ 등에 등장한다. 500년 넘게 자리를 지켰으며, 조망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루를 3단으로 구성했다. 누마루를 2단으로 한 점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 영남 노론계 예학자인 이의조가 1788년 중건한 김천 방초정은 계절 변화에 따라 마루와 방을 통합하고 분리하도록 한 정자이며, 봉화 한수정은 안동권씨 판서공파 후손인 충재 권벌부터 3대에 걸쳐 완성한 정(丁)자형 건축물이다. 한수정은 1608년, 1742년, 1848년, 1880년 건축 기록이 남았고, 연못·바위·수목이 어우러진 정원도 400년 역사를 간직했다.

▲ 사진은 자연 암반 형태를 살린 특이한 구조가 돋보이며 획일적인 누정 건축에서 벗어나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꾀한 사례로 꼽히는 진안 수선루. 2019.11.14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사진은 자연 암반 형태를 살린 특이한 구조가 돋보이며 획일적인 누정 건축에서 벗어나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꾀한 사례로 꼽히는 진안 수선루. 2019.11.14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경주 귀래정은 경복궁 향원정, 창덕궁 존덕정처럼 평면이 육각형이다. 대청·방·뒷마루·벽장을 교묘히 분할했고, 지붕 형식과 세부 양식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편이다. 세종 비인 소헌왕후와 청송심씨 가문 영향을 받은 청송 찬경루는 객사와 나란히 지은 현존 유일의 관영 누각이다.

안동 청원루는 경상도 지역에서는 드물게 ‘ㄷ’자형 평면을 띤 희귀한 정자형 별서(別墅·교외에 따로 지은 집)이며, 안동 체화정은 창호와 의장 등에 18세기 후반 목조건축 특성이 남았고 연못과 인공섬 세 개를 둔 정원이 아름답다고 알려졌다.

달성 하목정은 인조가 왕자인 능양군 시절에 방문한 인연으로 왕위에 오른 뒤 내탕금(임금이 개인적으로 쓰는 돈) 200냥으로 부연(附椽·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을 달게 하고 당호를 하사한 정자다.

정면 5칸, 측면 3칸인 영암 영보정은 1635년에 중건됐다. 조선시대 향약, 동계(洞契) 관련 정자 중 유례없이 큰 건물로, 비례미와 조형감은 물론 세부 구조 설계 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인정됐다.

진안 수선루는 자연 암반 형태를 살린 특이한 구조가 돋보이는 누각으로, 바위굴에 들어간 모습이 돋보인다. 획일적인 누정 건축에서 벗어나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꾀한 사례로 꼽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알리고, 누정 주변 환경 개선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