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가 다 저물어 간다.오늘내일이 지나면 기해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은 데 그 끝자락에 서 있다.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난 1년을 정리하고 또 다른 시간을 꿈꾸고 있다.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그런 송년의 의미를 생각하며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의 ‘별세(別歲·한 해를 보내며)’라는 시를 띄워본다.

“오랜 친구가 천리 길 떠나려 할 때,이별을 하려하니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네.(故人適千里 臨別尙遲遲)/사람이야 갔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가는 세월 어찌 쫓아 갈 수 있을까.(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세월에게 물어보세 어디로 가느냐고,거기는 멀리 저 하늘 끝이라네(問歲安所之 遠在天一涯)/이미 동으로 흐르는 물을 따라가니,바다로 들어가면 돌아오는 때를 모른다네.(已逐東流水 赴海歸無時)//동쪽 이웃 집 술도 잘 익었고,서쪽 집 돼지도 살이 쪄 있다네(東隣酒初熟 西舍彘亦肥)/잠시 오늘 하루라도 즐기면서,다 지나가려는 이 해의 슬픔을 위로하세(且爲一日歡 慰此窮年悲)//묵은 해 가는 것을 탄식하지 말게나,새해가 와도 이별할 날은 또 오는 것이네.(勿嗟舊歲別 行與新歲辭)/가고가면서 뒤돌아보지 말게,그대에게 노쇠함만 돌려주나니(去去勿回顧 還君老與衰)”

이 시는 변방에서 관직생활을 하던 소동파가 세모를 맡아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갈 수 없는 마음을 읊었다.시인은 이 작품과 더불어 ‘궤세(饋歲)’ ‘수세(守歲)’와 함께 3편의 시를 아우 소철(蘇轍)에게 보낸다.속절없이 지나가는 안타까운 시간과 낯선 땅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나그네의 고독이 겹쳐져 송년의 진한 정한이 묻어난다.

별세(別歲)는 술과 음식을 나누며 묵은해를 보내는 송년의식이다.수세(守歲)는 그믐날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새해를 맞는 풍습이다.궤세(饋歲)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소동파는 이 세 편의 시를 아우에게 보내면서 ‘궤세’ 삼아 보낸다고 했다.마음만 먹으면 고향도 가고,뭐든 주고받을 수 있는 때다.정성이 담긴 문자,안부전화 한 통이 좋은 연말선물이 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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