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화 못한 이재민-한전 협상 창구 , 결국 소송으로 비화
손해사정금액 60%·구상권 이견
그간 받은 위로금 등 반환 상황
소송 비대위 구성 재감정평가로
이재민 만족하는 보상 도출 기대
지역의 ‘녹색가치’ 복원 최우선
행정편의적 접근은 경계 1순위

고성군 성천리에서 원암리 가는 길.설악산과 울산바위 전망이 일품인 길 양쪽으로 민둥산이 보인다.나무가 있는 산도 푸르지 않고 시커멓다.전기톱의 굉음소리가 적막을 깨고 한쪽에서는 포크레인이 자른 나무를 끌어내고 대형트럭이 실어간다.지난 4월 산불로 화마에 불탄 죽은 나무들을 벌목하는 현장이다.

용촌리.7번국도 인접마을이지만 산불피해가 컸던 곳이다.지난 달에도 이낙연 총리가 다녀간 곳이다.임시주택이 집단으로 들어섰고 일부는 신축중이고 일부 공장은 아직도 시커먼 모습 그대로다.총리는 정상생활로 빠른 복귀를 약속하고 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12월 28일 오후 토성면사무소 2층 회의실.이재민 50여명이 모여 자유토론을 벌였다.분위기는 무척 무거웠다.이재민들이 긴급하게 모인 이유는 2가지다.한전과 고성비대위간 진행해온 협상이 종료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구상권 청구 문제 때문이다.한전측과 고성지역 이재민측,강원도,고성군 등 관계자 6명으로 구성된 특별심의위원회는 산불피해 보상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골자는 한전측이 제시한 손해사정금액의 60% 보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구상권 청구 문제다.화재보험을 든 이재민들이 이미 받은 보험금을 보상금액에서 제하는 문제와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는 문제다.화재보험은 그렇다 치고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그간 이런저런 명목으로 받은 돈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 발생한다.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들 일부가 토성면사무소 구내에 있는 고성산불 비대위 사무실을 찾아 노장현 위원장과 마주해 한전과 협상 종결 관련한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점 없이 끝났다.

▲ 멀리 설악산이 보이는 고성 성천리서 원암리 가는 길 양쪽이 지난해 봄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했다. 나무가 있어도 푸르지 않고 온통 시커멓다.
▲ 멀리 설악산이 보이는 고성 성천리서 원암리 가는 길 양쪽이 지난해 봄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했다. 나무가 있어도 푸르지 않고 온통 시커멓다.

고성비대위만 한전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다른 비대위는 진행상황도 협상내용도 모르는 깜깜이 상태다.지난해 4월4일 저녁 고성군 미시령 아래서 발생한 산불,해를 넘기며 이제 8개월에 접어든다.

간 진행을 먼저 정리해 본다.산불진화부터 시작해 일련의 복구 대책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현장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방문했다.많은 약속이 있었다.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지원을 약속했다.멋진 레토릭처럼 실천이 되었느냐의 평가는 엇갈린다.

산불이후 이재민 거처에 있던 이재민들은 임시주택이 지어지면서 이전했다.그 사이 위로금과 국민성금과 한전으로부터 보상금이 일부 나왔고,중소상공인들의 경우 융자 지원금도 받았다.이재민들은 산불비대위를 구성해서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제대로된 보상을 촉구하면서 청와대 집회를 비롯해서 검찰청,나주 한전본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투쟁을 해왔다.통합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지 못해서 속초,고성비대위를 비롯해서 산림비대위,새고성산불비대위,소송비대위 등 대여섯개의 비대위가 활동 중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갈등이 여전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현 상황에서 핵심 초점은 보상문제다.비대위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것도 분야별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위한 고육지책이다.실제 비영리단체나 축산업, 산림피해자 등 사각지대는 관련 법규미흡을 이유로 물 한병도 못받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한전과 이재민들간의 협상창구가 일원화 되어 있지못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그간 수차례에 걸친 협상에서 한전이 제시한 보상비율은 60%이다.이를테면 손해사정사가 전소한 주택을 1억에 평가했다면 그 금액에 60%인 6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실제 받는 금액은 6000만원에 못 미친다.그간 받은 위로금등을 구상권 대금으로 반환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보상금은 3000만원도 안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요율이 현실화되면 주택보다 피해 규모가 큰 소상공인등은 재기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특히 한전이 고성비대위를 협상파트너로만 간주하면서 다른 비대위들은 절차적 하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고 법적대응을 비롯해서 강경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이같은 우려속에 소송비대위도 구성되어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한 법적대응 작업을 하고 있다.



소송비대위 김경혁 위원장을 만났다.

-한전과의 보상협상의 만족도는.

▲김경혁=“피해민들에 의한 손해사정사가 개입하여 사실조사가 이루어 져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성비대위는 한전측 손사개입이 되면 막대한 피해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한전측손사로 감가율이 최대 70%까지 적용되는 말도 안되는 감가율로 피해가 가중되었다고 생각한다.이해당사자간의 협상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법률단들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참관인으로 참관하여 협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유는 뭔가.보상의 비율 범위는.

▲김=“가해자인 한전이 60%요율을 정해두고 협상종결 선포를 어떻게 할 수 있나. 절차를 통한 의결이 있어야 함인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협상을 마무리 하겠다는 건 너무도 어이가 없다.감가율 100%도 부족하다.이미 손사에서 감가율을 최대 70%를 적용했다.그 감가율에서 100%를 다 받는다고 하여도 전체 피해의 30% 수준밖에 안되는 상황이다.감가율 최저로 적용받으신 분들이 45% 수준이다.현재의 한전보상 요율을 적용해 보면 10억 기준 최저감가율 45% 적용하면 5억5000만원,이 금액에서 60%적용하면 3억3000만원으로 전체 피해규모에 33%해당 금액이 최대로 많은 보상범위이다.보편적인 보상의 범위는 30% 수준으로 봐야한다.그렇기에 손사기준으로 한다면 1차 보상요율 100%,2차 정신적 위로 및 영업적 손·배상까지 30% 토탈 손사금액의 130%는 적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송하면 승산이 있겠는가.

▲김=“완승을 기대하고 있다.첫째,법원에서 감정평가를 다시 받아서 진행하기에 감가요율이 적용이 한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둘째,건물의 경우 현물가치로 평가를 하고 감가를 적용하기에 훨씬 높은 평가금액에서 100% 놓고 소송에 들어가게 된다.셋째,소송에서는 한전이 감가 적용 내용을 증빙해야 하므로 수사결과 발표 내용에 정확히 한전과실이 있다고 한 이상 100%보상기준에 감가적용 최대20%를 넘지 않을것으로 판단하며 2차 정신적 위로 및 영업적 손배상을 적용하면 우리들이 원하는 보상에서 승소한다고 본다.그리고 다른분들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소송을 가면 4~5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확실한 증거가 있고 공식 수사발표가 있는 한 18개월에서 24개월 안에 모든 소송이 종결 된다고 본다.1월 8일 소송 접수를 시작으로 1~3월 1차 감정평가 실시할 예정이며 임야의 임목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하여 1심까지는 11월로 예정하고 있다.”

성면 인흥리 인흥초등학교 앞.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즐비하던 곳이었다.화마로 벌목된 곳에 이팝나무를 심고 있다.현장감독은 “5년만 크면 무성한 수종이다”고 말한다.이곳은 군유지다.개인 산주들도 벌채허가를 동의한 경우에 벌목을 하고 있지만 동의 하지 않은 사람은 시커멓게 탄 나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이유는 보상때문이다.1만평 규모의 소나무가 탔는데 고작 800만원정도 보상이라고 하니 산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산림복구의 문제는 회복의 중요한 과제다.산림이 무성했던 만큼 생태적 가치도 컸으나 상황이 달라졌다.이 기회에 입체적인 접근으로 나무를 심을 곳과 개발할 곳 그리고 생태공원을 만드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양간지풍이란 말이 웅변하듯 이 지역은 바람이 센 곳이다.언제 다시 산불이 날지 모른다.산불진화 대책을 세우는 것은 필수다.거기에 덧붙여 산불발생시 비상연락망을 현실에 맞게 체계화 하는 문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지난 봄 산불발생시 재난문자가 발송되었지만 디지털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기기가 없어 보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소셜미디어나 문자로 재난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역실정을 감안해야 한다.확성기로 마을방송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온오프 라인 병행으로 경보를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잿더미화로 인한 환경적 영향도 점검해야 한다.산불 재난지역은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한국의 녹색 허파이다.녹색이 지역가치였다.이 가치를 다시 복원하는 데는 인간적 노력은 물론 시간이 걸린다.이점을 감안해서 좀 더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접근으로 주민들의 삶과 지역을 회복하는 포괄적인 녹색정책이 필요하다.행정편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산불지역을 일부 구간을 보존해서 교훈의 장소로도 삼으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산불 이재민이 2000명에 육박한다.고성군 인구가 2만7000여명 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산불로 지역경제 동력도 많이 죽었다.당국은 이재민들과 더욱 소통을 강화하고 한전은 책임있는 자세로 보상과 지역회복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이재민들의 재기를 돕는 길이다.

▶신창섭은.
-고성 토성면 출신
-연세대 졸업
-MBC 기자
-MBC 베를린 특파원
-중국 CCTV.com
 한국어방송본부장
-저서=아데나워 리더십,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더라,독일 통일과 미디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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