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한가운데] 춘천 소양1교 옆 ‘우두성당’
1999년 소양로 본당서 분가
임시 조립식 건물 속 미사
2013년 새 성당 건립 추진
신자들 십시일반 성전 완성
웅장함 속 온화한 기운 가득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주신 덕에 아름다운 성당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우리는 빚을 진 셈이고 이제 서서히 갚아 나가야겠죠.”
구봉산 카페거리 전망대에 올라 춘천시내를 바라보면 유독 눈에 띄는 성당이 하나 보인다.지난 해 11월 완공된 천주교 성 마르티노 우두성당(주임신부 이기범)이다.우두성당은 본당 설립 20년,새 성당 건립 선포 5년만에 성당을 새로 짓고 임시 조립식,컨테이너 건물 미사에 마침표를 찍었다.이 신부와 600여명의 신자들의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게 된 새 터전이다.
소양 1교를 지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우두성당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온화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단순한 구조에 두 개의 팔각탑,로비에 세운 성모상,제단 좌우 측으로 걸린 심순화 화백의 성화 등이 눈길을 끈다.성전 유리화는 경북 칠곡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임종로 작가의 협조로 ‘예수님의 세례’,‘성모님과 열두 사도의 성령강림’ 등 다양한 작품들로 꾸며졌다.본당 천장의 팔각 돔 유리화 사이로 비치는 빛도 묘한 영감을 준다.
3000원 봉헌이 미안하셨는지 돌아와서 금반지를 주고 가신 할머니,언젠가는 북녘 땅에도 성전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생활비를 기꺼이 내놓은 탈북자 부부,치아 임플란트 시술에 비용을 내놓으신 할머니 등 각자 생활비 충당도 버거울 신자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았다.이기범 신부는 모금 홍보를 위해 춘천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5차례나 풀코스 완주하기도 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우두본당은 2015년 ‘새 성전의 꿈’을 선포한지 5년도 안돼 꿈을 이뤘다.신자들은 허름한 옷을 입다가 새 옷 입은 듯 기뻐했다.2018년 2월 신축을 시작한 우두성당은 대지면적 약 6000㎡,건축면적 2430㎡에 지상 2층 규모의 본관과 3층 규모 부속 건물 등 2개 동으로 지어졌다.성체조배실과 식당,카페 등의 시설도 갖췄다.
새 성당 건립에는 군 시절 부대 안에 성당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이기범 신부의 이력도 한 몫했다.이 신부는 “군 부대 안에 집지을 때 했던 실수를 통해 건축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터득했다”고 했다.이 때문인지 이 신부의 성당 건립 과정은 매우 꼼꼼했다.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성당 특성상 방풍과 단열 등 난방에 특별히 신경썼다.전력과 음향 부분도 세심하게 다뤘다고 한다.1억원이 넘는 고가의 오르간을 기부 받으면서 춘천에서도 손꼽는 음향을 갖추게 됐다.
이기범 신부는 이달 중순 우두성당을 떠난다.지난 7년 동안 맡아왔던 신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떠나게 된 소회를 묻자 의외로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모르겠어요.앞으로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야죠.믿지 않는 분들 성당으로 모시고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겠죠.그 이상 무엇이 더 있을까요”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