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한가운데] 춘천 소양1교 옆 ‘우두성당’
1999년 소양로 본당서 분가
임시 조립식 건물 속 미사
2013년 새 성당 건립 추진
신자들 십시일반 성전 완성
웅장함 속 온화한 기운 가득

▲ 지난해 11월 완공된 천주교 성 마르티노 우두성당 전경.
▲ 지난해 11월 완공된 천주교 성 마르티노 우두성당 전경.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주신 덕에 아름다운 성당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우리는 빚을 진 셈이고 이제 서서히 갚아 나가야겠죠.”

구봉산 카페거리 전망대에 올라 춘천시내를 바라보면 유독 눈에 띄는 성당이 하나 보인다.지난 해 11월 완공된 천주교 성 마르티노 우두성당(주임신부 이기범)이다.우두성당은 본당 설립 20년,새 성당 건립 선포 5년만에 성당을 새로 짓고 임시 조립식,컨테이너 건물 미사에 마침표를 찍었다.이 신부와 600여명의 신자들의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하게 된 새 터전이다.

소양 1교를 지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우두성당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온화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단순한 구조에 두 개의 팔각탑,로비에 세운 성모상,제단 좌우 측으로 걸린 심순화 화백의 성화 등이 눈길을 끈다.성전 유리화는 경북 칠곡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임종로 작가의 협조로 ‘예수님의 세례’,‘성모님과 열두 사도의 성령강림’ 등 다양한 작품들로 꾸며졌다.본당 천장의 팔각 돔 유리화 사이로 비치는 빛도 묘한 영감을 준다.
▲ 새 성전 봉헌 미사 모습.
▲ 새 성전 봉헌 미사 모습.
우두성당의 새 성전 건립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우두성당은 지난 1999년 9월 소양로 본당에서 분가,본당을 설립했다.소양로 본당의 수용인원이 가득차면서 새 성당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설은 임시 조립식 성당과 컨테이너 교리실이었다.슬레이트를 얹은 지붕 아래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그대로 견디며 미사를 지냈다.그럴수록 새 성당 건립에 대한 염원이 커져갔다.기존 건물을 리모델링을 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안전성 등을 고심한 끝에 지난 2013년 부임한 이기범 신부는 새 성당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하지만 모여있는 돈은 고작 6억원.성당 신축에는 턱없이 모자랐고,이 신부와 신자들은 건축비 모금활동에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주변 성당과 전국 각지 신자들의 도움이 컸다.잊을 수 없는 얼굴들도 많다.

3000원 봉헌이 미안하셨는지 돌아와서 금반지를 주고 가신 할머니,언젠가는 북녘 땅에도 성전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생활비를 기꺼이 내놓은 탈북자 부부,치아 임플란트 시술에 비용을 내놓으신 할머니 등 각자 생활비 충당도 버거울 신자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았다.이기범 신부는 모금 홍보를 위해 춘천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5차례나 풀코스 완주하기도 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우두본당은 2015년 ‘새 성전의 꿈’을 선포한지 5년도 안돼 꿈을 이뤘다.신자들은 허름한 옷을 입다가 새 옷 입은 듯 기뻐했다.2018년 2월 신축을 시작한 우두성당은 대지면적 약 6000㎡,건축면적 2430㎡에 지상 2층 규모의 본관과 3층 규모 부속 건물 등 2개 동으로 지어졌다.성체조배실과 식당,카페 등의 시설도 갖췄다.

새 성당 건립에는 군 시절 부대 안에 성당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이기범 신부의 이력도 한 몫했다.이 신부는 “군 부대 안에 집지을 때 했던 실수를 통해 건축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터득했다”고 했다.이 때문인지 이 신부의 성당 건립 과정은 매우 꼼꼼했다.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성당 특성상 방풍과 단열 등 난방에 특별히 신경썼다.전력과 음향 부분도 세심하게 다뤘다고 한다.1억원이 넘는 고가의 오르간을 기부 받으면서 춘천에서도 손꼽는 음향을 갖추게 됐다.

▲ 경북 칠곡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임종로 작가의 협조로 만든 유리화.
▲ 경북 칠곡에 있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과 임종로 작가의 협조로 만든 유리화.
우두성당은 구봉산 스카이라인은 물론 우두동 지역에도 잔잔한 변화를 주고 있다.성당 건립 과정에서 주변에 즐비했던 빈 집들이 자연스레 정리됐고,새 성당 덕에 도시가스도 새로 들어왔다.아름다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도 생겨나고 있다.

이기범 신부는 이달 중순 우두성당을 떠난다.지난 7년 동안 맡아왔던 신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떠나게 된 소회를 묻자 의외로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모르겠어요.앞으로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야죠.믿지 않는 분들 성당으로 모시고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겠죠.그 이상 무엇이 더 있을까요”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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