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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작루에 올라

김상수 ssookim@kado.net 2020년 01월 07일 화요일 11 면

가끔 아파트 14층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200여 계단이 쉽지 않지만,오르다보면 어느새 현관 앞에 당도한다.똑같은 계단을 밟아가는 것은 싫증나는 일이다.그러나 그 따분함 속에 경이로운 변화가 있다.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창밖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1층에서 꽉 막혔던 시야는 고도를 더해가는 만큼 넓어진다.처음엔 담장너머 텃밭이 겨우 눈에 들어오는 정도이지만,저층을 지나면 야산의 전모가 드러난다.산 너머 작은 마을이 보이고 나중엔 향로봉,금병산과 삼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계단을 오르는 일은 무료한 일이지만,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이 있다.계단 하나를 더 밟고 한 층을 더 오르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눈이 트이고 전망을 얻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해는 산 너머로 사라지고(白日依山盡)/황하는 바다로 흘러든다(黃河入海流)/천리 밖을 다 보기 위해(欲窮千里目)/다시 한 층 누각을 오른다(更上一層樓)” 성당(盛唐)의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라는 작품인데 중국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마오쩌둥 장쩌민 같은 정치지도자들이 애송했고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주석이 서예작품으로 선물한 바로 그 시다.특히 “천리 밖을 보기위해 다시 한 층 누각을 오른다”라는 구절은 청년들을 격려하거나 관계증진을 희망하는 외교적 수사(修辭)로 자주 인용된다.

관작루는 황새가 깃든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동남으로 중조산(中條山),서쪽으로 황하를 굽어보는 산서성(山西省)의 명승이다.북주시대에 건립 후 소실됐던 것을 1997년에 복원,2002년에 일반에 공개했다.편액은 장쩌민 주석이 쓴 것이라 한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았으나 각 분야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관작루 층계를 오르듯 아파트 계단을 오르듯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면 길이 보이리라.지금 우리가 할 일은 비관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천리 밖을 보기 위해 한 층 한 계단을 더 오르는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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