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된 아이가 전과 달리 짜증과 반항을 시작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사춘기가 시작되었나 생각한다.‘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넘기는 것이 보통이기도 하다.하지만 정상적인 사춘기의 행동과 비정상적인 우울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짜증을 부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해 행동을 하고 있다면 이는 청소년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성인의 우울증이 축 처지는 무기력으로 나타난다면 청소년의 우울증은 모든 일에 ‘귀찮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일축하거나 때로는 짜증,예민,초조,불안감,반항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문제 행동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 가출과 자살 시도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 청소년 우울증은 세계적인 사회 문제다.미국의 경우 12∼17세 청소년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2005년보다 2017년 52%나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우리나라도 2017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감 경험률이 40%에 이르고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운 경험이 있는 학생도 3.9%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 표정이 어둡고 밖에 나가길 꺼리거나 등교를 거부할 경우 화를 내거나 혼내기 보다는 우울증의 신호는 아닌지 살펴보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하지만 실제로 학생과 면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어른에게 말해봐야 지금의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으로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고 자해 행동과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이와의 대화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충고나 비판을 하기 보다는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인정해주고 공감해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청소년 우울증은 청소년기가 지난다고 사라지거나 나아지는 문제가 아니다.그러므로 아이의 말과 행동에 귀기울이는 주변 어른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박은희 강릉경찰서·여성청소년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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