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출신 오소리 작가
현대인 계산·기만 탈피
기발한 구성 편견 맞서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독특했다.밝은 표정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놀이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고,힘든 일을 경험하고 싶어서 공장 일도 했다.또 여유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으로 골프장에서의 캐디 근무를 택하기도 했다.

춘천 출신 오소리 작가의 첫 그림책 ‘노를 든 신부’와 ‘빨간안경’은 이처럼 작가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온 경험과 소통의 산물이다.

▲ 노를 든 신부
▲ 노를 든 신부


‘노를 든 신부’는 춘천과 본인의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됐다고 고백한다.성적 순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던 학생 시절 수 많은 차별의 현장을 보았고 “공부를 못하면 결혼이라도 잘해야 행복할 수 있다”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야 했다.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친구를 비롯해 사회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주위 사람들도 만났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책 ‘노를 든 신부’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현대인들의 계산과 기만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다.친구들처럼 신랑신부가 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 소녀 이야기를 주제로 다소 어두워 보이지만 힘 있는 그림체와 함께 주체적인 삶의 필요성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부모님이 물려준 낡은 드레스와 노 하나만을 챙기고 집을 떠난 소녀는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 불편함을 느낀다.노 하나로 사냥꾼을 구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소녀는 요리,격투,야구를 하는 등 이상을 실현해 나간다.하얀 눈이 보고 싶어서 소녀가 찾은 방법이 그대로 독특한 결말로 이어지는 그림책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누구나 자신만의 모험을 즐기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 빨간 안경
▲ 빨간 안경


어느날 우연히 빨간안경을 쓰게 된 파란 늑대의 이야기를 그린 ‘빨간안경’은 두 가지의 시선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처음 읽을 때는 동봉된 빨간안경을 쓰고 읽기를 권장하는데 안경을 쓰고 책을 보면 다소 섬칫한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파랗던 하늘은 온통 빨갛게 변하고 키우던 물고기와 식탁 위 음식이 모두 사라진다.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하나 둘씩 다시 보인다.

빨간 셀로판을 대면 답이 가려지는 영어단어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책은 낯설고 불안한 날 빨간안경만 벗으면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색안경에 가려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선입견을 기발한 구성으로 깨우쳐주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어린 시절 한글을 늦게 깨우쳤던 트라우마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접하게 됐다는 오 작가는 “사람들이 제 책이 아니더라도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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