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화두는 ‘건강과 행복’이 으뜸이다.시간을 돌아보면 열심히 산 것 같기는 한데 행복했었나하는 질문에는 빠른 수긍이 어렵다.굳이 행복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의 국민답게 단어 ‘행복’에 서툴기 때문이다.우리는 그저 성실하게 살아가면 행복이 담보될 것 같은 맹신에 익숙할 뿐이다.연초 행복을 떠올리며 양귀자의 책 ‘모순’을 꺼내들었다.발간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이 여전히 인기있는 이유는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라는 책 구절처럼 행복의 다양한 성찰기회를 제공해서이다.

주인공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엄마는 가출을 일삼다 늙어빠져 치매와 중풍에 걸려 돌아온 남편과 조폭보스를 꿈꾸는 철부지 아들을 갖고있는 지지리 궁상으로 시장에서 양말장사로 생계를 잇는다.반면 이모는 반듯한 건축가 남편을 만나 자녀를 유학보내고 부유하게 사는 사모님이다.누가 봐도 행복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모이다.

행복의 결정판같았던 이모는 엄마의 전쟁같은 삶이 부러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쌍둥이 자매의 판이하게 다른 역정을 통해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의 삶을 부러워할 수도 있는 상황을 모순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행복과 불행은 엄마와 이모의 닮고도 안닮은 양면성과 비슷,결국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음을 저자는 여러 경로로 강조한다.일란성 쌍둥이를 생각하면 내가 너일 수 있고 네가 나일 수 있는,다름과 같음이 동시에 존재하듯이 수 많은 모순속 삶이 일상적 삶이니 일희일비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가시적 표제어뿐만 아니라 불가시적 반의어도 헤아려 볼줄 아는 능력이 있다면 올 한해 불행도 행복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 같다.저자도 우리는 각자 해석한 만큼 살아가는 것이니 해석의 폭을 넓히겠다는 자세가 모순속 삶을 헤쳐나간다고 말한다.결국 행복한 삶은 스스로 일군 행복자체에도 있지만 행복과 배치되는 요소를 받아들이는 마음에도 달려있음이 책 모순의 교훈이다.어차피 삶은 행복과 불행이 맞닿아있음의 연속이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mihyunc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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