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록 편집부국장

문재인 정부 들어 수도권 집중이 가파르게 진행중이다.문 대통령 스스로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지역균형정책을 펴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문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17∼2019년까지 2년간 0.4%가 늘었다.이는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정부 집권시기인 2010∼2017년까지 7년간 증가한 수치와 같다.이 기간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경기도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수도권 중심의 광역철도망 계획도 예타면제까지 해주며 관철시켰다.판교에는 대규모 테크노밸리가 들어섰다.

수도권의 0.4% 증가는 시장에 정확하게 반영됐다.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아파트가격은 2017년 상반기에 5억8524만원이던 평균 거래가가 2019년 하반기에는 8억2376만원으로 상승했다.40.8%나 뛴 것이다.같은 기간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역대 정책실장들의 강남과 수도권 집값은 4억∼10억원이나 더 올랐다.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부동산 사정도 비슷했다.자본과 인력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됐고 대학의 ‘인서울편중현상’도 계속됐다.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권에서 이렇게 빨리 수도권 집중이 진행된 이유는 무엇인가.균형을 분배나 평등처럼 정치적 이념으로 이해한 보수정권이 균형을 정책의 후순위에 둔 것은 그렇다 치자.노무현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균형정책을 펴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보수정권보다 더 심각한 수도권 친화정책이 쏟아져 나온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강준만 교수는 그 원인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낸 진보진영에 주목하고 있다.그는 최근 발간된 ‘강남좌파2’에서 “진보세력의 386형 강남좌파의 마인드는 여전하다”며 “이들은 서울-지방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안달하는것 같다”고 지적했다.이어 “이들이 서울에서 사니 눈에 보이는게 서울 뿐”이라며 “수도권 신도시정책처럼 지역균형발전을 완전히 무시하는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수도권 집중의 책임을 진보진영에 돌리는 것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다.그러나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문재인 정부의 포용성장정책을 입안한 성경륭 경제사회인문연구회 이사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한 성 이사장은 현 정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100대 과제를 지켜본 뒤 “대선공약화 하는 작업에서 이 내용(균형발전정책)이 모두 빠졌다”며 “대단히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 정부 인사들의 수도권 친화적인 경향이 변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이번 주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언급할 지도 분명하지 않다.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구애가 더 노골화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50%시대,비수도권은 비상이다.그러나 이 정부 누구도 비상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강 건너 불이고 남의 일이다.그러는 사이 비수도권은 인구소멸에 텅 빈 공장과 도시들을 걱정하고 있다.학교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에게 누구하나 손을 내미는 이들도 없다.지방은 질식하고 한숨소리는 깊어지고 있다.이제 지방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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