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1.가정방문에 편도 3시간…장애인복지관 절대 부족
장애인 출현율 전국 평균 상회
양양 등 9곳 장애인복지관 전무
일각 소규모센터·분관확대 제시
‘커뮤니티 케어’ 기반 구축 필요


[강원도민일보 김여진·한승미기자]우리 일상은 오판의 연속이다.성별과 외모,국적과 직업,나이와 장애 유무와 같은 단편적 정보를 바탕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섣부른 판단은 무의식적인 오만에서 오고,오만은 편견을,편견은 다시 상처를 낳는다.장애인,노인,다문화,극빈곤층을 비롯한 소외·취약계층일수록 그런 편견과 싸워야 하는 빈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강원도민일보는 도민들의 인식과 사회제도 곳곳에 박혀 있는 ‘오만과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강원도 복지현장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도내 사회복지사와 장애인인권 옴부즈만 활동가 등 전문가,복지 수혜 당사자 등으로부터 현장 이야기를 듣고,제도적 문제까지 짚어본다.

A씨는 지적장애와 알콜 의존 성향이 있는 부친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이웃주민으로부터 성적 학대 피해를 받았다.당사자 동의로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에 입소했지만 미리 파악하지 못했던 정신질환 증세로 인해 쉼터 이용자들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퇴소,동생 집에서 지냈다.지역복지관에서 시설 입소를 시도했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 종합조사 결과 불가 판정을 받았고,동생의 보호가 어려워지자 결국 학대가 있었던 원래 가정으로 복귀,재학대 방지 모니터링이 시급해졌다.기관에서 가정방문을 진행하고 있지만 편도 3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정서적·성적 학대피해를 입은 도내 지적장애 3급 여성의 사례다.조현식 강원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팀장은 “실제 지원 과정에서 피해자가 학대를 받고 있어도 그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가해자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도내 장애인 복지기관 자체의 절대적 부족은 그 어떤 정책이나 해법도 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었다. 

강원도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 2018년말 기준 10만 693명.장애인 출현율이 6.5%로 전국 평균(4.9%) 보다 높다.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지만 도내 18개 시·군 중 절반에는 장애인복지관이 아예 없다.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과 춘천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강릉·원주·횡성·홍천·태백 등 도내 7곳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평창·속초·철원 3곳에 도장애인종합복지관 분관이 있다.반면 동해·삼척·정선·영월·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9개 시·군에는 장애인복지관이 없는 실정이다.

복지관이 있다해도 2곳이 운영 중인 춘천을 제외하고는 인구 규모와 관계 없이 시·군별로 1곳씩만 운영되고 있어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쉽지 않다.

특히 A씨의 사례처럼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피해 비중이 크다.지난 2018년 기준 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도내 장애인학대 사례 45건 중 지적 장애가 84.5%(38건)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도내 등록장애인(2019년 9월) 10만1328명 중 지적발달장애인(지적 8328명·자폐성 717명)이 8.9%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장애 특성상 의사 결정력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로 진단된다.도내 학대 피해 발달장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공조에 나선 배경이다.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관장 안계선)은 최근 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회장 이정식)를 비롯한 도내 15개 지부와 지원 협약을 맺었다.발달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 회복지원이 기본 목표다.이들은 발달장애인 권익옹호를 위해 △학대사례 발굴 △피해회복 △학대예방교육 확대·홍보 △제도개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특히 학대사례가 나오면 신속하게 개입,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장애인과 가족의 회복에 집중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장애인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커뮤니티 케어’를 본격 추진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인을 위한 복지 예산을 늘리고 있다.하지만 면적이 넓은 강원도로서는 기본 시설 확충과 도내 시·군별 시설 격차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중범 도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강원도는 장애인분야 커뮤니티케어가 실현 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해서도 상담이나 사례지원 등을 할 거점시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장애인복지관 건립이 예산상 어렵다면 소규모 센터나 분관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가 큰 틀에서 그린 복지정책의 핵심인 ‘커뮤니티 케어’의 진행 상황과 현장에서 느끼는 간극을 차례로 진단한다. 김여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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