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인협회 초대시

한 점 그늘도 없는 아파트 옥상

몇 평짜리 알량한 텃밭을 지키려

무심코 뽑아내던 잡초

유난히 무성했던 뿌리까지 땡볕에 말라

누런 미이라가 돼버린 모습을 보고서도

시커먼 먹구름 아래 소나기가

나의 뺨을 때리며 깨울 때까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를 못했네.



그들은 무슨 의미로

여기 15층 아파트 옥상까지 와서

군데군데 빈 공간을 채우며

내 곁에 있으려 했는지

한 번도 말하지는 않았고

머리채를 잡혀 쫓겨나

구석에 던져졌던 서러움마저도

마른 풀잎 향기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들의 마음을 보지 못했고

소리 없는 외침을 듣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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