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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하고 정겨운 매력 가득한 우리 이웃 목소리 전해요”

고성 토성면 마을공동체 라디오
지난해 11월 15일 개국 방송
제작·출연 모두 마을 주민 담당
서울·제주 등서 노하우 배워
미국서도 프로그램 호평 이어져
참여 확대 네트워크 형성 착수

이동명 ldm@kado.net 2020년 01월 18일 토요일 8 면

산·바다·호수·온천이 공존하고, 금강산·설악산이 만나는 고성 토성면에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생겼다. 토성면행정복지센터 2층 한켠에 주민들이 모여 수다를 덜고 지역문제를 고민한 내용이 팟캐스트·SNS를 통해 지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아마추어를 표방하는 프로들의 정겨운 수다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지난해 11월 14일 토성면 마을공동체라디오 개국방송에서 용광열 MC는 첫 일성으로 “2019년 11월 14일,오늘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리는 날이다.이렇게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의 삶 가운데 중요한 날이 있기 마련이다.우리 토성면도 내일(15일) 아주 중요한 하루를 맞게 된다.그것은 바로 ‘토성면 마을라디오’ 개국이다”라고 말하며 ‘주민행복을 위한 새로운 소통’을 꿈꾸는 마을공동체라디오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 15일 기준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에 테스트방송,개국방송,개국축하방송,‘특별수다본부’,‘토성면 스토리 온’ 등 10개가 넘는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라디오 제작자,출연자 모두 토성면 주민들이다.‘특별수다본부’는 용광열(사회)·김동래(엔지니어)·이정순·김병남·유상우 씨가 지역명사를 초청해 녹음하며 ‘토성면 스토리온’은 박혜정(사회)·김동래(엔지니어)씨와 보조사회자 1~2명이 기관단체장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특별수다본부’는 엄계록 원니스가족밴드 리더,공혜경 포에라머,엄채란 국악인,이선국 문학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토성 스토리온’에는 엄기인 군적십자회장,주재순 새이령적십자봉사회장,최미선 동광119안전센터장,김기남 토성면의용소방대장,이복자 토성면여자의용소방대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이 참여해 소소한 시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용광열 씨는 “우리 방송은 너무 프로처럼 잘하면 편집한다”며 “어눌하고 정겹고 아마추어 냄새를 풀풀 풍기며 살아가는 얘기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의 힘,소통의 힘

토성면주민자치위원들은 지난 2018년 10월 경주 주민자치전국박람회 때 야외라디오 방송 참여를 계기로 라디오 사업에 착수하게 됐고,같은해 11월 ‘제주 살래’를 견학했다.원주,서울 동작구도 찾아 노하우를 배웠다.2019년 8월 제주살래와 동작FM 관계자들이 토성면행정복지센터에서 교육·실습을 했으며,주민들은 장비를 구비하고 손수 방음벽을 설치했다.

이정순씨는 “제주 ‘살래’를 견학하면서 그곳 라디오방송에 출연했을 때 즉석에서 토성면장에게 전화연결을 했는데 해외에 있던 박행봉 면장이 방송 중임을 모르고 ‘여기 베트남인데 비가 억수로 온다’고 말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며 “방송 중에 사전합의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건 일도 있다”고 말했다.사랑방에 모여 수다 떨 듯 편하게 소통하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김병남 씨는 “방송이라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는데 횟수를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다”며 “주민자치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라디오는 도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작된 프로그램은 ‘팟빵’ 뿐만아니라 카카오톡 메신저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가깝게는 토성지역과 간성읍 등 고성 주민부터 멀게는 미국까지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12일 ‘특별수다본부’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선국 시인은 “2011년쯤 토성면장을 지냈는데 그때도 면민노래자랑을 여는 등 주민자치 활동이 활발했다”며 “주민 힘으로 라디오 방송까지 하는 모습에서 지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칭찬했다.

▲ 고성 토성면행정복지센터 2층 방송실에서 이선국 시인, 이정순·김동래·용광열·김병남 씨(사진 왼쪽부터)가 마을공동체 라디오 특별수다본부 방송녹음을 하고 있다.
▲ 고성 토성면행정복지센터 2층 방송실에서 이선국 시인, 이정순·김동래·용광열·김병남 씨(사진 왼쪽부터)가 마을공동체 라디오 특별수다본부 방송녹음을 하고 있다.
# 주민 곁으로 다가가는 방송

주민자치위원들은 이웃돕기를 위한 콩·깨농사 등 무보수 봉사활동에 발벗고 나섰지만,귀농·귀촌·귀어 주민이 많고 지역이 넓어 주민간 소통에 한계를 절감했다.이정순 전 위원장은 “나도 토성면에서 60년을 살았지만 주민 절반은 모르고 있다”며 “스토리와 뉴스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주민 누구에게나 방송실 문을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방송국 운영진은 프로그램 확충과 주민참여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주민 네트워크를 형성할 방침이다.약 2주 간격으로 제작되고 있는 ‘특·수·본’,‘스토이온’ 이외에도 ‘엄마들의 수다방’ 프로그램을 추가 제작하고,지역내 초·중·고교생 등 청소년을 위한 방송교육·참여 기회도 제공해 1주일에 한 번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

특히 현장을 찾아가는 야외방송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라디오 운영진이 아야진 해녀들을 섭외하려고 찾아갔으나 해녀들이 “떨려서 못하겠다”고 손사래치는 모습을 보면서 바닷가나 농촌 들녘 등에서 야외녹음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이정순 전 위원장은 “구석구석 마을행사 때도 찾아가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면 좋겠다”며 “뜻있고 형편되는 독지가가 계시면 이동장비 구입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김동래 씨는 “라디오 방송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 대화하기 좋고,생방송이 아니다보니 틀리면 다시 할 수도 있다”며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공유·소통하며 토성면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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