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 강원바이오산업계의 고민
석박사급 연구원 수도권 선호
업계 1위 도내 기업도 구인난
산업체 서울·경기 쏠림 심화
도내 연구개발 투자 비율 57%
전국 대비 시설투자 비용 높아
지자체 R&D 장려 지원책 필요


[강원도민일보 김호석 기자]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춘천의 휴젤은 국내 대표 글로벌바이오 기업으로 매출액 1820억여원,직원수만 400여명이 넘는 제약바이오업계 최고 위치에 선 기업이다.휴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는 지난 3년간 국내 톡신시장 판매 1위를 수성했다.회사는 올해 1분기 중국 판매 허가 취득,2021년 유럽,2022년 북미 시장 등 세계 주요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코스닥 시총 순위도 지난달 말 기준 6위로 올라서며 한국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휴젤조차도 피해가지 못하는 고민거리가 우수 인재 확보 어려움이다.휴젤은 현재 직원채용을 몇년째 정기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상태다.생물학적 제제 제조업체다보니 생화학,생물학,화학 등 고학력의 연구·개발 분야 직원이 다수 필요하지만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난달 2일∼31일 다수의 취업포털에는 휴젤 채용공고가 게재됐다.그중 한 A 취업포털에는 12명만이 지원했고 석·박사는 단 1명에 불과했다.업계 1위 기업도 호소하는 구인난이 도내 바이오산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 강원도라는 이유만으로 구직자에게 외면받는 강원바이오산업 현주소

산업통상자원부·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표한 ‘2018년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원도내 바이오산업에 종사하는 고학력자는 박사 136명,석사 487명,학사 1181명으로 각각 전체 종사자 2700명의 5.0%,18%,44% 수준이다.이는 전국 평균 고학력 종사자 비율(6%,20%,48%)보다 낮다.

휴젤을 포함한 도내 바이오산업체들은 고학력자의 수도권 선호현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전국 박사 학위 종사자 2864명 중 서울 607명,경기 996명으로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다.

특히 2017년과 비교해 국내 바이오산업부문에는 1년새 박사 9.2%,석사 3.7%,학사 10% 증가하는 등 고학력자 종사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도 고용난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휴젤 관계자는 “단순히 춘천에서 근무해야한다는 이유로 타 기업을 알아보는 고학력 구직자들도 있다”며 “지역대학과의 산학연계 등 도내 바이오산업을 위한 지역우수인재 양성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전국평균보다 3배 이상 성장세에도 수도권 중심 산업구조 여전

최근 5년간 국내 바이오산업체의 본사와 바이오사업장 모두 서울·경기 지역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본사 기준 시·도별 바이오산업체 수를 보면 강원도는 47곳이다.2014년 56곳,2015년 53곳,2016년 52곳,2017년 51곳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그럼에도 바이오산업체 규모는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290곳),경기(285곳),대전(69곳),충북(66곳)에 이어 다섯번째로 성장했다.

분야별 밀집지역 순으로는 바이오환경산업 부문 2위(7곳·9.6%),바이오의료기기산업 공동 3위(8곳·9.4%)로 나타났다.강원 바이오산업 분야별로는 의약 12곳,식품 11곳,화학·에너지 9곳,의료기기 8곳,환경 7곳,서비스 2곳,장비 및 기기 1곳 순으로 집계됐다.

실질적인 바이오산업 생산·수출 실적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2018년 도내 바이오산업은 4253억3600만원 규모의 생산실적을 기록해 내수 1684억6200만원,수출 2568억7400만원을 기록했다.이는 2014년(1799억8400만원)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전국 평균 성장세(37.7%) 대비 세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또 전국 생산규모의 4.1%를 차지해 경기(40.8%),충북(17%),인천(15.9%),울산(6.5%),서울(5%)에 이어 여섯번째로 높았다.

■ 성장 원동력 ‘투자’ 불구 우수인재 없다보니 연구개발 한계

국내 바이오산업의 투자액 규모는 2014년 1조8343억5800원에서 2018년 2조3439억3500만원으로 최근 5년간 27.8% 늘었다.강원지역도 같은기간 338억9200만원에서 1014억2100만원으로 세배가량 증가했다.평균투자액 규모는 23억500만원으로 전국 6위를 차지했다.

다만 연구개발(R&D) 성과는 아쉬웠다.전국 투자액 2조3439억3500만원 중 연구개발 투자는 70%(1조6405억9300만원)를 차지했지만 강원지역은 57.1%(578억2400만원)로 상대적으로 시설투자비용이 많았다.공동연구개발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 50곳 중 29곳에 불과했다.대부분 공동연구개발(23곳)에 나서고 있으며 기술제휴·라이센싱(6곳),국내외 기술인력 교류(3곳) 순으로 나타났다.제품화 사업 등 합작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지해명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원도 바이오산업의 전국 점유비율은 2017년 기준 3.3% 수준에 불과,바이오산업 기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인프라가 수도권 대비 열악하다”며 “고학력자의 경우 일반적인 도내기업 취업혜택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환경 등 지자체들의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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