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희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 장순희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 장순희 강원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가 해당 직위에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크게 보면,후보자가 맡은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책적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와 공직자로서 도덕과 윤리에 중대한 결함은 없는지 사전검증하는 자리다.우리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이러한 취지나 목적에 비해 뭔가 비정상적이고 낭비적이며 퇴보적이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씁쓸함에 몇 가지 단상을 들어보고자 한다.

첫째,당리당략에 의한 지나친 야당의 ‘흠집내기’,여당의 ‘집안감싸기’식 검증은 많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씨앗을 제공한다.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내로남불’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저급한 수준의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무관심과 불신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청문 후보자에게 하는 ‘호통성’ 발언은 청문위원의 자질을 심히 의심케 한다.후보자는 범법자가 아니며,청문위원은 조사관이나 수사관이 아니다.후보자와 청문위원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이며,상호 존중 속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깊이 있게 검증해 나가는 것이다.세간에는 인사청문회의 이러한 행태들 때문에 정작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들은 후보자 제의에 고개 젓는다는 말도 들려온다.요즘 말로 ‘웃픈’ 세상이다.

셋째,정책능력 검증 부실이다.낭비적인 ‘흠집내기’에 매몰되어 후보자가 임명 후 직무를 수행할 때 펼칠 정책능력 검증에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정책적 능력이 부족한 후보자는 엄격한 검증을 통해 퇴출도 불사해야 할 것이다.정책 실패나 부실이 가져오는 폐해는 단순히 양적으로 측정되고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지속적 국가발전과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인사청문회가 정책검증으로 격론을 벌이며 대안을 찾는다면,국민은 청문위원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사방에서 질타하고 있다.인사청문회에서 보여주는 비생산적이고 저급한 모습,국정감사나 예산심의에서 보여주는 무능력과 불합리성,그리고 법률안 제출이나 통과의 저조함과 부실함 등에서 그러한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지겹도록 국민에게 보여준 ‘동물국회’를 막아보자고 국회의원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스스로에게 무너지고,더 나아가 ‘식물국회’로 만들었다는 푸념은 온 국민에게 서글픔과 절망을 자아낸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국가의 중요한 자리에서 직무를 하는 국무총리나 장관 등은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만만치 않은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이에 비하면 국회의원은 지역주민에 의한 선거를 거쳐도 경우에 따라 자질이나 능력 등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후진적 인사청문회와 무관하지 않은 우리의 실정이다.이제 선진적 인사청문회를 기대하기 위해 어떤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매우 깊이 고민해야 할 또 한 번의 기로에 서있다.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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