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나무 동면 못하고 수분부족
현재 강수 부족 파종·종식 걱정
유출 토사 복구·시설 확충 부담

[강원도민일보 구본호 기자]“한해 농사 준비도 못했는데 땅이 얼지 않은 상태에서 비가 쓷아져 흙이 쓸려내려가고,가뭄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강릉 왕산면 대기리에서 11년째 감자,배추 등 고랭지 농사를 하고 있는 고승현(38)씨는 엄동설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따뜻한 날씨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이상고온 현상에 이달 초 갑작스런 비까지 더해져 애써 메꿔놓은 흙들이 대부분 유실됐기 때문이다.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상층부 흙들의 유출을 막으려 호밀과 밀까지 심어놨지만 땅이 얼지 않아 거름쳐 놓은 흙들까지 모두 떠내려 갔다.

오는 3월말부터 4월까지 종자도 심어야 하지만 비,눈 조차 충분히 내리지 않아 겨울가뭄까지 걱정돼 착잡한 심정이다.고씨는 “겨울같지 않은 날씨에 토사들이 유출돼 흙도 새로 메꿔야 하고 스프링쿨러나 설비 확충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크다”며 “눈,비도 오지 않으니 가뭄이 오면 감자파종이나 배추 종식할 때 씨 붙이기도 힘들어져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화천 간동면에서 과수원을 운영중인 이득찬(66)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과수나무의 경우 겨울철 추위를 견디기 위해 동면에 접어들지만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잠에서 일찍 깨고 있다.눈까지 내리지 않자 사과나무들의 충분한 수분 보충이 어려운 상황이다.특히 나무 겉에 있는 흙들이 말라 뿌리까지 약해지면서 동사 피해까지 우려된다.

이씨는 “과수나무는 특히 눈이 내려야 수분이 보충돼 동해 피해를 입지 않지만 올해는 유독 눈도 내리지 않는다”며 “4월쯤은 가봐야 알 수 있어 지금은 퇴비만 주면서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겨울철 도내 추위가 실종된 겨울날씨에 비까지 내리지 않는 등 겨울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되면서 올 한해 농사만을 기대하는 농가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 평균 기온은 12.9도로 평년(11.4도)보다 1.5도 가량 높아 지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것으로 나타났다.같은 기간 영서지역 강수량은 11.7㎜로 평년(21.0㎜)보다 9.3㎜,영동은 7.5㎜로 평년(38.3㎜)보다 30.8㎜ 각각 적었다. 구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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