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섣달그믐 밤

대추나무 우듬지에 서럽게 얹힌 날들

고도리 판에서 비 광, 똥 광 챙겨 걸어본다

생각해보니

내게 오광 같은 꽃 핀 적 있었던가

동백 퍼즐 맞추듯,

똑 부러지게 허기 채운 적 있던가

염치 좋게 늘어진 젖가슴만 피박 쓰고 있다

엉킨 매듭 파투 내고

섣달 마지막 바람 꼭 잡으라고

변명 아닌 변명 한다



슬그머니 달빛 젖은 똥 광하나 따는데

묵은 기억 사이로 그믐밤 힘겹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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