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점검하고 조치했더라면…“LP가스 배관 봉인 마감 안 돼”
우애 돈독했던 6남매…아들 잃은 셋째 위로하러 모였다가 ‘참변’

 
▲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2020.1.26
▲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2020.1.26

설날 모임을 하던 일가족 7명이 사상한 강원도 동해시 펜션 가스폭발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가 난 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된 뒤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고,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펜션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가구주택’이고, 관할 자치단체인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인 셈이다.


▲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26일 오후 합동감식반 관계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2020.1.26
▲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26일 오후 합동감식반 관계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냉동 건물로 준공된 이 건물은 무등록 펜션 영업 중 참사가 발생했다. 2020.1.26


◇ “펜션 불법 영업 제대로 점검하고 후속 조치했더라면”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때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으나 건축주가 거부해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 건축주의 협조로 소방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어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는데, 동해시가 불법 펜션 영업을 적발해 절차대로 행정절차를 밟았더라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무허가 숙박업소는 건축·위생·소방과 관련 각종 점검에서 벗어나 있고, 적발 시 물게 되는 벌금보다 세금이 더 많기 때문에 허가 조건보다 훨씬 큰 건물을 다가구주택으로 등록해 놓고 버젓이 불법 펜션 영업을 하는 사례가 있다.


 
▲ 25일 오후 7시 46분께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 경찰 과학수사요원과 소방 화재조사요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0.1.25
▲ 25일 오후 7시 46분께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 경찰 과학수사요원과 소방 화재조사요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0.1.25

◇ 하필이면 가스레인지 교체…봉인 등 마감처리 했더라면

하필이면 사고 펜션이 조리용 연료 시설을 가스레인지에서 전기시설인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시점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이번 참사를 수사 중인 강원 동해경찰서는 지난 26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 과정에서 사고 펜션 가스레인지 철거 과정에서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스누출로 인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가 난 건물 2층의 펜션 8곳 중 6곳은 인덕션으로 교체됐고, 나머지 2곳은 가스레인지 시설이라는 점으로 볼 때 교체 시기는 최근인 것으로 보인다.

LP가스 밸브를 완벽히 봉인해 가스누출을 없게 해야 하지만 마감이 제대로 안 돼 LP가스가 누출됐고, 어느 순간 휴대용 가스버너로 추정되는 발화원 점화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 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펜션에서는 지난 25일 오후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0.1.26
▲ 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펜션에서는 지난 25일 오후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20.1.26

◇ 아들 잃은 셋째 자매 위로하려고 모인 가족 모임에서 참변

이번 참사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전신화상을 입은 일가족의 사연도 속속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1남 5녀, 6남매인 일가족은 최근 아들을 잃고 실의에 잠긴 셋째(58·여)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최근 아들이 동남아에서 지병으로 숨진 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조울증 등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우애가 돈독했던 자매들은 그런 셋째를 위해 이번 모임을 주선했다.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6남매는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는 등 남다른 우애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고 당일 자매 중 한 명이 사는 동해를 찾아 대게와 수산물을 먹기로 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가 발견됐지만, 일가족이 가지고 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넷째의 남편도 결국 아내 곁으로

9명의 사상자를 낸 동해 펜션 가스 폭발사고의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전신화상을 입어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넷째의 남편(55)이 지난 26일 치료 도중 숨졌다.

이로써 첫째·넷째 자매 부부 4명과 셋째 등 5명이 숨졌다. 나머지 자매와 사촌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9명의 사상자를 낸 펜션 가스 폭발사고는 설날인 25일 오후 7시 46분께 발생했다.

부상자 중 2명은 사고 당시 1층 횟집을 이용한 30∼40대 남성들로 치료 후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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