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트] 경기침체에 늘어나는 나홀로 사장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세
강원지역 전년비 4000명 늘어
무급 가족 종사자수 1000명 ↑
수익구조 악화로 장시간 노동
주당 근로시간 50.5시간 달해
시간빈곤에 쫓겨 폐업 선택도


[강원도민일보 권소담 기자]춘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55)씨는 오전8시30분 카페 문을 열고 오후10시 영업을 마감한다.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취업을 준비 중인 아들이 1시간 남짓 손을 보태지만 하루 13시간 가까이 정씨 혼자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한다.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다보니 때에 맞춰 제대로 식사를 챙기기도 힘들다.혼자 감당하기에는 긴 근로 시간이지만,테이블 6개뿐인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에는 인건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임금 부담으로 정씨처럼 고용원 없이 장사하는 나홀로 사장님이 증가하고 있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으로 전년(16만1000명) 대비 4000명(2.5%) 증가했다.전체 자영업자는 1년새 20만2000명에서 20만8000명으로 6000명(3.0%) 증가했고 이중 4000명의 신규 자영업자는 ‘나홀로 사장님’이었다.

전국적으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398만7000명에서 406만8000명으로 8만1000명(2.0%) 늘어나,강원지역이 전국 대비 0.5%p 나홀로 사장님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 무급 가족 종사자로 인력 대체

아르바이트 쪼개기 고용마저 부담스러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무급 가족 종사자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직원을 두지 않고 본인과 가족들의 노동력으로 인건비를 대신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도내 무급 가족 종사자는 지난해 5만5000명으로 전년(5만4000명) 대비 1000명(1.9%) 증가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강원지역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 시 ‘1인 및 가족경영’(53.3%)을 첫번째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경향성은 전북(60.0%),경기(59.5%),울산(59.4%)에 이어 전국에서 네번째로 뚜렷했다.이어 인력감축(46.7%),가격인상(24.4%),외부종사자들의 근로시간 단축(15.6%),영업시간 단축(11.1%)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아닌 외부종사자의 평균 고용기간은 21.43개월로 전국평균(22.20개월) 보다 0.77개월 짧았다.강원지역 소상공업체 외부종사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46.51시간으로 전국(43.03시간) 대비 3.48시간 길었다.이는 강원지역 소상공인들이 한명의 고용원에게 의지하는 영업 시간은 길지만,고용이 지속될만큼 경영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결국 폐업 결정하기도

수익 구조와 영업 이익이 악화되면서 현재의 사업체 규모로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강원지역 소상공인은 75.6%에 불과해 전국평균(88.2%)과 비교했을 때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이 적었다.이는 경북(75.0%)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답변 비율이다.사업체 규모를 축소(4.4%)하거나 ‘장기적으로 사업체를 그만두겠다’(4.4%)는 응답 또는 ‘업종전환 계획이 있다’(4.4%)는 답변이 많았다.

춘천에서 해장국 전문점을 운영하던 안모(47)씨는 부부의 장시간 노동 대비 적은 실수익에 회의감을 느끼고 지난해 결국 폐업을 택했다.한때 주방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 2명을 쓸 정도로 영업이 잘 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줄어드는 손님과 악화되는 수익 구조에 직원을 내보내고 부부 둘이서만 16시간의 근무 시간을 감당했다.폐업을 결정할 당시 식당을 통해 얻는 월 실수익은 4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사장님’이던 그는 폐업 후 취업을 선택해 대형 규모의 식당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안씨는 “임대료가 아까워 정기 휴무없이 장사를 했지만 남은 것은 나빠진 건강뿐이다”며 “부부가 모두 취업한 지금은 식당을 운영하던 때와 소득이 비슷하고 정기적인 휴무를 가질 수 있어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 시간빈곤 시달려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원을 줄이면서 ‘나홀로 사장님’들은 긴 근로시간과 높은 강도의 노동을 혼자서 견뎌야 한다.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시간빈곤에 시달리며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시간빈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2017년 기준 자영업자의 주당 실근로시간은 50.5시간으로 상용근로자(44.3시간),임시근로자(35.5시간),일용근로자(37.2시간)에 비해 길다.실근로시간과 희망 근로시간의 차이인 근로시간 미스매치는 3.8시간으로 상용근로자(2.2시간)에 비해 1.6시간 높다.

장시간 근로에 따른 시간빈곤은 숙박·음식점업,수리·기타 개인서비스업,도소매업 등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정도가 심해진다.장시간 과잉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방해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피로도를 높인다.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이는 임금근로자들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며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자영업자가 근로시간을 줄여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kwonsd@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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