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남북체육교류협회 상근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대부분의 국내외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호전되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북한은 기존의 5차례 핵실험과는 질적 차이를 보이는 제6차 수소탄 핵실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한다.나아가 지난해 11월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5호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하며 핵억지력을 소유하게 됐다고 자축한다.

당시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대해 그 연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그 해답은 9∼10월쯤 북의 대남사업 관계자들을 만난 인사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연말까지는 인도적지원사업을 포함 북남간 사업협의가 어렵다고,내년엔 달라질 것이라고 전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북한의 최우선과제로서 체제안전과 경제발전 병행 전략을 내세우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핵억지력 보유가 선행되어야 대미협상에서 핵폐기를 조건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북미수교를 통한 체제담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다.이전 두 번의 핵협상 실패 경험(1994년 제네바 합의,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핵억지력 없이는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한 결과라 생각된다.북한 핵은 폐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이후 북한의 행보에서 잘 나타난다.2018년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올림픽 참석,판문점 회담,싱가포르 북미회담이 성사되어 북미간 합의서가 작성됐다.나아가 9월 평양회담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시민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한다.남북 모든 민족 구성원들에게 통일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다음 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북한으로서는 휴전 이후 그렇게 바라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수교를 통한 서구 투자자본 유치로 오매불망 그리던 굶주림에서의 해방,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음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런데 돌변한 미국의 태도에 울분을 참으면서 비통한 마음으로 귀국한 후,김 위원장과 북한 수뇌부는 하노이 회담과 향후 핵 협상에 대해 깊이 있는 복기와 대책을 숙의했을 것이다.미국은 본래 그런 존재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남한 정부의 미국 종속적 행태에는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착각이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며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과 보고서에 남북관계 관련 내용이 없다는 사실에서 북한은 어쩌면 남한의 용기와 결단을 다시 한 번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져본다.어떻게 할 것인가.답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이 요구해 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미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남측이 주체적으로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만나서 직접 물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왜 우리가 이렇게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가,자존심 상한다고 불만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남북이 평화로운 삶을 함께 누리면서 향후 30년 정도는 일자리 등 경제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남북의 상생공영이 가능한 밝은 미래가 기다리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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