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장 고령화로 경쟁력 약화
점포 19곳 입점 ‘청년몰’ 개장
홍보마케팅·교육 등 전폭 지원
아이디어 무장 개성만점 가게
젊은 소비자 열광 전국적 주목
노브랜드 매장 집객 효과 톡톡

▲ 삼척 중앙시장이 설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삼척 중앙시장이 설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삼척은 2000년대 이후 산업 및 생활환경 변화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특히 원도심 내 핵심 상권인 삼척 중앙시장은 대형마트 및 SSM과 경쟁해야 하는데다 교동택지 조성으로 생성된 새로운 상권에 밀리고 이웃 동해시 상권으로 소비자 유출이 이어지며 타격이 컸다.

상인들의 고령화로 인해 급변하는 유통 트렌드에 맞춰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데도 한계가 있었다.중앙시장 상인의 73%는 60대 이상의 어르신이며 20∼40대 상인은 10% 미만에 불과,향후 상인들의 고령화로 인한 시장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전통시장의 쇠퇴로 중앙시장 내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어 이 공간을 활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유치했다.

지난해 12월 공식 개장한 청년몰은 한달만에 삼척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월매출 1000만원을 기록한 스타 점포도 3곳이 생겼다.이렇게 빠르게 청년몰이 지역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있다.

▲ 디저트 가게 스윗가든의 디저트인 무화과 스콘.
▲ 디저트 가게 스윗가든의 디저트인 무화과 스콘.


■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의 상생

탄광 산업 쇠퇴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삼척 중앙시장에는 550여개 매장 중 167개가 20여년간 비어있어 상가 공실률 문제가 심각했다.현재 청년몰이 조성된 중앙시장 2∼3층 구역은 노후한 작은 규모의 식당과 술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던 공간이었다.시와 상인회는 이 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기존 경북 구미,충남 당진,경기 안성 등에서 운영중이던 상생스토어를 먼저 찾아본 후 이마트 노브랜드와 손을 잡기로 했다.

도내 최초의 상생스토어인 노브랜드 삼척중앙시장점은 청년몰이 위치한 중앙시장 2층에 312㎡(약95평) 규모로 마련돼 지난해 10월 영업을 시작했다.평일에는 하루 300∼350명,주말 500∼600명이 노브랜드를 방문한다.전통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채소나 과일은 판매하지 않고 PB상품 위주로 매대를 꾸렸다.노브랜드 삼척중앙시장점은 삼척지역 다른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매달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영업하는 대신 첫째,셋째 주 수요일에 의무휴업을 한다.

청년몰 상인들은 노브랜드가 집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디저트 카페 ‘스윗가든’을 운영하는 김이슬 대표는 노브랜드 개장 초기,호기심에 구경을 왔다가 직접 창업까지 결정하게 된 사례다.김 대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후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노브랜드와 협업한 청년상인들의 공간이라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삼척중앙시장 청년몰 청춘해 로고
▲ 삼척중앙시장 청년몰 청춘해 로고


■ 청년상인 맞춤형 지원

삼척중앙시장 청년몰의 이름은 삼척의 지리적 특성인 바다를 나타내는 한자 海와 청년상인들의 열정을 담은 ‘청춘海’다.청춘海는 삼척 최초의 청년몰로 국비 15억원 등 사업비 30억원을 투자해 준공됐으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강원도,삼척시 등이 참여했다.삼척중앙시장 청년몰 조성사업단이 설립돼 청년 상인들을 지원한다.신관 2∼3층 2139㎡(약638평)에 청년몰이 꾸려졌고 카페 및 디저트 전문점 8곳,음식점 5곳,공방 3곳,기타서비스 3곳 등 19곳의 청년상인 점포가 입점해있다.2층에는 11곳의 점포 및 공용공간,노브랜드 상생스토어,라운지,어린이 놀이터 및 도서관이 마련돼 있고 3층에는 8곳의 점포와 다목적 문화공간,창업지원센터,유튜브 스튜디오,공유주방 등이 들어섰다.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상인들은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거치고 150시간의 창업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했다.이들에게는 1년간 임차료 면제와 인테리어 비용 및 홍보·마케팅·컨설팅 지원 등이 제공된다.강원대 삼척캠퍼스 링크사업단과 협력해 유튜브 촬영 및 편집이 가능한 스튜디오실도 조성됐다.상인들은 이 공간을 활용해 뉴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세미나와 교육을 위한 다목적 문화공간과 메뉴개발,쿠킹 클래스 등을 위한 공유주방도 준비됐다.


■ 청년,시장 분위기를 바꾸다

청년상인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먹거리와 수공예품을 판매하자 삼척 지역의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했다.특히 지난달 KBS ‘다큐멘터리 3일’에 삼척 중앙시장과 청년몰이 소개된 이후 유동인구 수가 2배로 늘었다.방송 전 3개월 간 일평균 300명이던 유동인구는 600명으로 확대됐다.

본격적인 청년몰 개장 전부터 가오픈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던 일부 점포는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크게 주목받고 있다.이층칼국수(대표 변준호)는 장칼국수,만두 등 전통시장 친화적인 메뉴와 저렴한 가격으로 다수의 단골고객을 확보해 월매출 1200만원을 기록했다.

박군스시(대표 박완균)는 활어초밥과 롤로 승부,경쟁력 있는 가격과 뛰어난 맛으로 맛집으로 부상하며 월매출 1000만원을 올렸다.카페 느린여행자(대표 김성현)는 여행작가로 집필활동 및 강연,커피토크 등 문화 콘텐츠를 카페 공간에 접목해 호응을 얻고 있다.카페 월매출만 500만원 수준이며 강연 참가비 및 도서 수입을 포함하면 1000만원이 넘는다.


▲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앙시장에서 한복집,카페 등을 운영한 어머니를 둔 김택곤 제비다방대표는 청년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시장 상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고 있다.
▲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앙시장에서 한복집,카페 등을 운영한 어머니를 둔 김택곤 제비다방대표는 청년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시장 상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고 있다.



■ 중앙시장의 아들,청년상인 대표로

김택곤 청년몰 상인회장(37·제비다방 대표)은 젊은 창업가들 사이에서 ‘중앙시장의 아들’로 불린다.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앙시장에서 한복집,카페 등을 운영한 어머니를 둔 김택곤 대표는 청년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시장 상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앞장서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가게 일을 거들면서 장사수완을 익혔다.일제강점기 천재시인 이상을 동경해 그가 서울 종로에서 운영하던 다방 ‘제비’를 본따 청년몰에 ‘제비다방’을 개업했다.뉴트로한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려 중장년층은 익숙하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줬다.일본식 샌드위치인 카츠산도와 타마고산도를 팔지만,중앙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을 생각해 ‘돈까스 샌드위치’,‘계란말이 샌드위치’ 등으로 메뉴 이름을 붙였다.제비다방의 하루 매출은 20∼30만원 수준이다.이런 김 대표의 세심함 덕에 고객층의 절반은 기존 중앙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중장년층이다.

김택곤 대표는 “새로 꾸려진 삼척 중앙시장 청년몰은 깨끗한 화장실과 냉난방이되는 쾌적한 공간을 갖추고 있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인한 집객 효과도 상당하다”며 “전통시장 활성화와 기존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청년상인들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 김소희 클레이플레이 대표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클레이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김소희 클레이플레이 대표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클레이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경력단절 끊어내고 다시 사회로

청년상인 중에는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을 겪었던 여성들이 여럿이다.결혼 전 파리바게트에서 베이킹매니저 및 점장으로 일했던 스윗가든 김이슬(31) 대표는 3살,5살 두 아이를 둔 엄마다.기술이 있지만 육아로 재취업이 힘들었던 김 대표는 경력단절 기간에도 독자적인 레시피 연구를 이어왔기에 단시간에 창업이 가능했다.1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스콘,마카롱,에그타르트 등 고급 디저트를 제공하자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다.설 연휴 직전 대목에는 일 매출 5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이날 스윗가든에서 디저트를 구입한 문해윤(20)씨는 “평소 디저트를 좋아하는데 삼척에는 저렴한 가격에 이런 품질을 내는 가게가 없다”며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고 구경하기 위해 중앙시장에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클레이공방을 운영하는 김소희(38) 클레이플레이 대표도 육아를 하며 평소 취미로 즐기던 클레이공예를 전문화해 청년몰에 공방을 마련했다.

▲ 김소희 클레이플레이 대표가 만든 클레이 공예 작품
▲ 김소희 클레이플레이 대표가 만든 클레이 공예 작품



김 대표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꾸준히 공부를 해왔지만 이 기술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임대료 부담이 없고 각종 지원이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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