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재단 ‘리얼리즘 오늘!’ 전시
7∼26일 춘천문예회관 전시실
1부 전쟁·탄광촌 등 시대 반영
2부 바로 선 역사의식 표현
지난해 일본 작품 검열 논란
‘평화의 소녀상’ 전시 눈길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지난 해 일본에서 예술작품을 검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러 나라의 문화예술인들이 규탄 입장을 밝히는 등 세계가 떠들썩했다.

일본에서 열린 아이치트리엔날레가 춘천 출신 김운성 작가와 김서경 작가의 공동 조각작품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 기획전 전시를 중단했을 때의 일이다.당시 우리나라 작가는 물론 일본과 유럽 등의 예술가들의 항의하는 뜻으로 트리엔날레를 보이콧하고 우리나라 정부도 유감을 표했었다.리얼리즘에 입각한 예술작품과 사회성 사이의 민감한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이후 소녀상은 오히려 예술계에서 한일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이처럼 아름답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리얼리즘’이다.암울한 시대를 암울하게 노래한다.이를 보기 불편하다면 보는 이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우리 사회의 쓰린 아픔과 사회적 이슈를 예술작품을 통해 마음껏 고찰해 볼 전시회가 춘천에서 열린다.춘천문화재단(이사장 최돈선)이 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개최하는 ‘리얼리즘 오늘!’이다.현실 사회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참여의식을 녹여 온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지난 해 수모를 겪었던 ‘평화의 소녀상’도 함께다.

전시회는 2부로 나눠 진행된다.1부 ‘1980년대 미술운동의 현재’에서는 민중미술과 저항미술,노동미술 등의 이름 아래 리얼리즘을 견인해 온 신학철·황효창 등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한국근대사’ 시리즈로 유명한 신학철 작가는 ‘한국현대사 625’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반전 정신을 나타낸다.

또 탄광촌의 삶을 고집스레 담아 온 ‘광부화가’ 황재형,원주에 신화미술관을 설립한 미술동인 ‘두렁’의 김봉준,동인 ‘새벽’의 대표작가 권용택,원주터미널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담아온 김진열,폭력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조각한 백윤기,1980년대 저항미술을 한 고 박희선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2부 ‘역사의식과 현실참여’에서는 시류에 꺾이지 않고 바로 선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임근우,김대영,신대엽,서숙희,김용철,이영섭,길종갑,김운성,김서경,이희용 작가가 작품을 출품한다.

김대영 작가는 하나의 몸에 두 머리가 있지만 서로 깨어있는 시간이 다른 전설의 새 ‘공명지조’를 작품에 옮겼다.한 머리가 다른 머리를 질투해 독 과일을 먹었지만 같은 몸이어서 함께 죽은 새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의 대립이 공멸을 초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최형순 미술 평론가는 “리얼리즘은 아름답지 못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감정과 시각을 제공한다.작품에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의 역할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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