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강원대 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체육학박사

▲ 김용수 강원대 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체육학박사
▲ 김용수 강원대 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체육학박사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던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후보들은 제각기 체육 운영능력과 도덕적 신뢰감을 돋보이게 할 묘안 찾기에 바빴으며,후보 주변의 전문가 그룹은 선거인단 의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하지만 정치선거로 변질돼 실패한 민선 체육 선거라는 평도 나온다.

그동안 지자체장이 겸직하던 체육회장이 민간인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선거여서 경쟁 과열,체육계 분열,정치권 대리전,미니 정치판 등으로 이어져 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는 목소리도 컸다.부각된 체육정책이나 스포츠 복지정책 공약도 잘 보이지 않았다.체육회장 후보군에 스포츠 애호가가 없는 탓일까? 참모진에 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자의 부재 탓일까?

선진국 지도자들은 스포츠 애호가가 많았고 일찍이 체육진흥과 스포츠 문화창달 정책을 펼쳤다.영국 국왕 헨리 8세는 탁월한 스포츠맨이었던 탓에 스포츠를 적극 권장했다.특히 17세기의 제임스 1세는 ‘왕의 스포츠 교서’를 내리고 국민의 건전한 스포츠 참여를 독려했다.왕실의 운동경기애호주의(athleticism) 전통은 19세기 ‘영국 스포츠 혁명’으로 이어졌고,스포츠 교육을 통해 형성된 영국 젊은이들의 역동적인 기질은 대영제국 건설의 자양분이 됐다.섬나라라며 늘 깔보았던 영국이 세계 최강이 된 배경에 스포츠가 있었다는 것을 간파한 프랑스 지도층은 영국 스포츠를 교육체계에 적극 수용하는 개혁을 단행했다.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제창되고,FIFA가 탄생한 것도 역사적으로 같은 맥락이다.20세기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들도 스포츠를 즐겼으며,체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가장 뚜렷한 체육 가치관을 지닌 대통령은 케네디 였을 것이다.그는 ‘연약한 미국인(Soft American)’이란 기고문에서 체육진흥과 체력증진이 미국의 기본적이고 일관된 정책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의 문약(文弱)한 전통이 계승된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나마 체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웠다.군부 정권이 탈정치화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했다는 비난도 있다.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체육과 스포츠 진흥이 국가발전과 국민 건강,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미래에도 체육과 스포츠의 순기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서 체육회장은 체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학교체육,생활체육,엘리트체육의 상생을 걱정해야겠지만 삶의 질과 직결된 국민 건강과 행복도 우선시 해야 한다.특히 민선 체육회장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명분을 살리기 위해 지방체육계 목소리를 반영,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지방체육회의 자율권·독립권·자생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선행해야 할 것이다.또 우리에게 스포츠는 그동안 어떤 의미였는지,미래 세대에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그리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는 과연 언제쯤,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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