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 구성진 옛 소리 점점 왜곡돼 안타까울 뿐”
올림픽 개막무대 시간 여유없어
맛보기로만 선보인 점 아쉬워
정선아리랑 체계적 보존·전승위해
지난해 예능보유자들과 음원제작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하이얀 메밀꽃밭이 눈부시게 물결치면,그 위로 정선아리랑이 구슬프게 흐른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다.명창 김남기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긴 정선아리랑을 평창 메밀꽃밭 이미지와 함께 가장 한국적인 감동을 이끌어냈다.고난과 역경을 거듭한 한국의 근현대사와 같이 뗏목에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 일어선 우리 민족의 모습을 그렸다.

올림픽 개막식이 치러진지 꼭 2주년,김남기 명창은 여전히 최고령 정선아리랑 기능 보유자로 정선아리랑 전승에 힘써오고 있다.평창올림픽 유공자로 체육훈장 백마장도 받았다.김 명창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대해 “올림픽 개막식 무대에 선 정선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었다.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다.‘눈이 올라나’ 한 마디만 해서 그런지 정선아리랑의 맛만 보여주고 내려왔다”고 했다.

개막식 현장에서 일어났던 관객 난입 에피소드에 대한 기억도 되살렸다.당시 한국계 미국인 관객이 공연 도중 옆에서 셀카를 찍는 등 소란을 벌여 입건됐었다.김 명창은 “너무 순식간이라 상황을 잘 몰랐다.빨간 옷 입은 사람이 ‘왜 갓을 쓰고 민요를 부르냐’고 물었는데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며 “그가 체포됐다는 얘길 듣고 나서야 ‘큰일날 뻔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지난해 정선아리랑 앨범을 발표한 김형조(왼쪽부터)·유영란·김길자·김남기씨.
▲ 지난해 정선아리랑 앨범을 발표한 김형조(왼쪽부터)·유영란·김길자·김남기씨.


지난 해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을 위해 춘천에서 음원을 제작했다.김형조,유영란,김길자 등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들과 함께 ‘긴 아리랑’,‘뗏목아리랑’,‘엮음아리랑’,‘정선 아리랑’ 등을 현대적 편곡기법으로 재창작했다.녹음 때 김 옹은 목이 쉬어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다고 하지만 그의 한 맺힌 정선아리랑 소리는 음원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앨범에는 시대적인 일상과 전설을 담은 정선의 지명,삶의 이야기,아름다운 지역의 절경 등을 담아 내기도 했다.

정선 아리랑의 매력에 대해 김 명창은 “옛날부터 우리에게 흘러내려온 삶의 애환이고 진심을 재현하는 노래”라며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 등 많이 보급된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말미까지 정선아리랑의 옛 소리를 잃어버릴까 염려했다.그는 “최근의 추세로 본다면 토속으로 소리를 해야 하는 부분을 통속으로 가는 편이 많다”며 “소리에 구성진 맛이 나야 하는데 실제로 소리에 그런 표현이 묻어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정선아리랑 특유의 끝맺음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누구나 가요 형식으로 부르면서 정선아리랑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요즘 사람들이 예전의 정선아리랑을 못 듣는 것이 안타깝다.나 역시 혹여나 아리랑의 옛 소리를 잃지는 않았는지 걱정된다”고 했다.김남기 명창에게는 아직도 세상에 남겨야 할 소리가 너무도 많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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