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출신 교육자 장일순 비롯
각 인물 사상 정리·주체성 주목
저자 “3·1운동부터 철학사 시작돼”
101주년 기념 앞두고 의미 제고

▲ 장일순 교육자(사진 위쪽),류영모 선생,권정생 작가,윤동주 시인,문익환 목사,함석헌 선생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 장일순 교육자(사진 위쪽),류영모 선생,권정생 작가,윤동주 시인,문익환 목사,함석헌 선생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대한민국 현대철학의 뿌리는 어디일까.3·1운동 101주년을 앞두고 3·1운동의 철학적 의미를 비롯해 국내 현대 철학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 나왔다.

유대칠 작가의 ‘대한민국 철학사’는 원주 출신의 교육자 무위당 장일순을 비롯해 류영모·함석헌 선생,윤동주 시인,문익환 목사,권정생 작가의 사상을 정리,대한민국의 철학을 되짚는다.유 작가는 대한민국 철학의 역사가 3·1운동부터 시작했다고 봤다.정약종이 그리스도 교리를 한글로 풀어낸 ‘주교요지’를 통해 한국 철학이 잉태했고,한글 사상서 ‘용담유사’를 쓴 최제우의 동학혁명이 전개되면서 태어났다는 것이다.이후 3·1운동을 통해 “민중이 역사의 주체”임을 천명하면서 비로소 한국 철학의 꽃이 피어났고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책은 한국 현대철학의 계보를 정리하면서 그 주체성에 주목한다.유 작가는 고려의 철학은 ‘승려’의 철학,조선의 철학은 ‘양반’의 철학이라고 판단했다.반면 대한민국의 철학은 포기를 강요하는 과거의 철학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3·1운동이 비록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민중 전체가 자신을 돌아보고 숙명론에 분노한 외침이라는 것이다.또 서양철학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개인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개인과 전체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무위당 장일순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장일순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노장사상에도 해박했으며 동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인물이다.20대에 원주에 대성학원을 세우고 한살림 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등 생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협동조합의 기반을 세우기도 한 그는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각각의 독립적 개체가 아니며 더불어 사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나’는 ‘너’인 것과 동시에 ‘너’는 ‘나’라는 인식은 ‘이것으로 인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불교의 연기법과도 비슷하다.“자연의 뜻에 자기 삶을 맞추며 살라”는 장일순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주효하게 읽힌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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