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횡단 여정 그린 ‘궁극의 탐험’
역사 바꾼 동물이야기 ‘재밌어서…’
만화로 풀어낸 ‘허허 동의보감’
수포자 필독서 ‘길 위의 수학자…’

▲ 사진 왼쪽부터 동의보감 저자 허준 동상과 남극 횡단에 도전한 헨리 워슬리.
▲ 사진 왼쪽부터 동의보감 저자 허준 동상과 남극 횡단에 도전한 헨리 워슬리.

코로나 19로 이번 주말 야외활동은 글렀다.예전에 해 둔 개인 약속은 물론 설레며 기다려 온 공연·전시들도 줄줄이 취소됐다.영화관도 가기도 껄끄럽다.당분간 독서가 최고의 여가활동이 될 것 같다.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풀어낸 동의보감부터 세계적인 탐험가의 일대기…주말에 볼만한 흥미로운 신간들을 소개한다.

■ 궁극의 탐험= 데이비드 그랜 지음,박설영 옮김.

세계 최초로 ‘단독 무(無)지원’ 남극 횡단에 도전한 헨리 워슬리의 일대기다.36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영국 특수부대 장교로 퇴역한 워슬리는 2015년 11월 약 1700㎞에 이르는 남극 횡단의 여정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완수하겠다는 ‘궁극의 탐험’ 길에 나선다.

모든 식량과 옷,텐트 등을 실은 147㎏ 무게의 썰매를 끌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힘든 행군.극도의 체력 저하와 부상,날이 갈수록 혹독해지는 기후 및 지형 조건을 초인적 의지로 견뎌냈으나 결국 71일째,약 1500㎞를 걸은 상태에서 위성 전화로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베이스캠프 의사들은 구조 비행기로 도착한 그가 수술이 시급한 세균성 복막염을 앓고 있음을 발견하고 서둘러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병원으로 이송했다.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숨져 있었다.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 영국이 슬픔에 빠졌고 그의 영전에는 앞선 남극의 영웅 스콧과 섀클턴에게 주어졌던 ‘극지 메달’이 바쳐졌다.

■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박승규 지음.

한국,중국,일본 등과 주변 아시아 국가의 역사,문화에 스며들어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동물들,때로는 이 지역 인간들의 삶을 좌우한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모았다.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의외의 동물은 메뚜기다.삼국사기에 기록된 대규모 메뚜기 피해는 고구려 8번,백제 5번,신라 19번에 이르렀다.백제 무령왕 가을에는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인한 식량난 때문에 수천 명이 신라로 탈주한 기록도 있다.

일본에서는 고래가 뜻밖의 역사적 역할을 하게 된다.세계 최대의 포경 국가였던 미국의 페리 제독이 고래잡이 어선의 기착 항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킨 것이다.전쟁에서 동물들이 한 역할도 흥미롭다.중국 송나라 때 원숭이 등에 횃불을 묶어 적진으로 내보내 화재와 혼란을 야기하는 전술을 썼고 한국전쟁 때는 중공군이 보급품 수송을 위해 낙타를 동원하기도 했다.

유교 문화권에서 여우가 유독 천대받은 이유부터 조선 시대 제주도에 원숭이가 살게 된 사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 허허 동의보감= 허영만 지음.

허준의 ‘동의보감’ 가운데 신형(身形)과 정(精),기(氣)를 다룬 부분을 풀어 만화로 그려냈다.한의학에서 우리 몸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음양오행과 상생상극의 오묘한 이치를 특유의 재치와 위트를 곁들여 설명한다.

‘새벽이나 밤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몸을 쇠하게 만들기에 해가 지면 몸은 쉬어야 한다’라거나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한 사람보다 적게 먹고 적게 운동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겨울에 여행이나 운동을 삼가라’ 등 ‘동의보감’을 나름대로 재해석해 건강 관리 비결을 제시한다.‘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는 밖에서 보아 알 수 있는 몸의 구조를 그린 것으로, 우주와 자연과 몸의 구성 원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출중한 한의사 3명을 모시고 공부를 시작했으며 2년여를 공부하다 보니 조금씩 건강이 보인다”고 밝혔다.



■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릴리언 리버 지음, 김소정 옮김.

약 70년 전인 1953년 출간됐지만 미국에서는 지금도 전 세대의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수학 분야의 고전이다.

오랫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통해 기존의 틀에 박힌 수학 교육법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 저자는 수학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수학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과 ‘길 위의 수학자’ 등을 썼다.한 편의 자유시처럼 행갈이를 하며 수학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식으로 책을 구성해 독자들이 행과 행 사이에서 잠시 고민할 시간을 갖고 좀 더 깊은 수학적 사고의 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도록 돕는다.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인 저자의 남편이 30여장에 이르는 본문 삽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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