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人 ┃춘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
한달간 코로나19 의심환자 검사
신종 진료체계 구축 어려움 겪어
상시착용 방호복·마스크 등 고충
신천지발 확산에 종교 확인까지
“향후 감염병 예방 이정표 될 것”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질병’에 온 나라가 뒤집혔다.증상은 감기 같은데 처음 듣는 병명인데다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도 없단다.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한 달이 지났다.매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강원도 역시 더이상 청정지대가 아니다.일상이 곧 전쟁이 된 이 순간,코로나19 방역체계 최전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있다.춘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는 신인식 공중보건의,경규영·강지연 주무관(간호직)을 지난 2일 만났다.

▲ 신인식 공중보건의,경규영,강지연 주무관(사진 왼쪽부터)이 춘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환자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서영
▲ 신인식 공중보건의,경규영,강지연 주무관(사진 왼쪽부터)이 춘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환자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서영
이들을 만난 곳은 선별진료소 옆에 설치된 휴게공간.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이 곳은 종이컵과 박스 등이 뒤섞여 휴게공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지친 몸을 뉠 수 있는 공간 확보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내리쬐는 햇볕이 그대로 통과되는 이 곳에서 이들은 지난 한 달 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혈투를 벌였다.신인식 공중보건의와 경규영·강지연 주무관이 선별진료소에 배치된 때는 1월29일로 강원도에 코로나19가 유입되지 않았을 시기다.이들이 선별진료소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막막함’이었다.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맞서 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하다 보니 어느 절차 하나 쉽지 않았다.대처방법도,문진표 작성도,선별진료소와 시보건소·시 사이 연결망 마련도 ‘산 넘어 산’이었다.신인식 공중보건의는 “‘이 병은 신종 코로나다’라는 것만 아는 상태에서 진료는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 지,검체채취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세팅하느라 무척 바빴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간 이들은 주말도 없이 코로나19 의심환자 검사에 매달렸다.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까지 12시간 근무를 한 적도 부지기수다.토요일도 평일과 마찬가지다.지난달 22일 춘천에서 확진자 2명이 동시에 발생하면서부터는 100여 명에 달하는 대기인원에 쏟아지는 문의전화까지 소화하느라 진을 뺐다.이들 뿐만 아니라 춘천시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23명이 일상을 포기한 채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투입됐다.

선별진료소의 일상은 매순간 긴장의 연속이다.의심환자가 방문하면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한다.해외방문 이력이나 확진자 발생지역 방문 여부를 확인한다.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근거지로 지목되면서 요즘은 종교까지 물어야 한다.체온측정도 밖에서 오래 대기하면 체온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어 두 번씩 측정하는 경우가 잦다.검체를 채취하고 질병관리본부 웹페이지에 신고를 해야 한다.의심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보건교육도 이들의 몫이다.늘 착용해야 하는 방호복과 마스크도 고역이다.입고 벗는 데 절차가 복잡해 요즘은 ‘화장실을 안 가고 만다’는 생각에 물도 안 마신단다.마스크 역시 하루 종일 착용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머리가 아파온다.틈 날 때마다 환기를 하고 환자가 없을 땐 잠시 벗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의 피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고 있지만 ‘함께’이기에 느끼는 보람도 크다.23개월짜리 아기가 방문했을 때 대기인원 모두가 순서를 양보했던 그 순간은 신인식 공중보건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신 공중보건의는 “대기인원만 30여 명이고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서너시간은 더 기다려야 아기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양해를 구했는데 어느 누구 하나 항의하시는 분이 없었다”며 “일이 너무 힘든데 함께 있으니 할 수 있지 저 혼자 여기서 버티라고 했으면 못했을 일”이라고 말했다.경규영 주무관도 “검체텐트가 밖에 있다 보니 추울 때가 있는데 ‘힘들지 않느냐’며 걱정해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며 “검체검사 후 진심으로 고맙다는 시민분들을 볼 때마다 뭉클하다”고 덧붙였다.강지연 주무관은 “우리나라가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니고 찾아내는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공감이 갔다”며 “환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가족들의 응원도 버팀목이다.가족들은 농담으로,격려로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신인식 공중보건의 가족은 ‘살면서 애국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말까 하는데 그런 날이 하루 왔다고 생각하고 죽도록 일하라’고 격려했고 강지연 주무관 가족은 면역력이 떨어질까 영양제를 챙겨줬다.경규영 주무관은 가족들에게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2009년 신종플루,2015년 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언젠가는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2020년을 혼란과 혼돈으로 시작하게 한 이 코로나19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신인식 공중보건의는 코로나19가 앞으로 감염병 예방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신 공중보건의는 “역사적으로 어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이 정도 수준의 대처를 한 적이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라가 여기에 올인했고 ‘우리가 여기까지 해봤다’는 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좋은 면도 있고 부족한 측면도 있을텐데 잘 추려서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코로나19 때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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