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철 정선군의장

▲ 유재철 정선군의장
▲ 유재철 정선군의장
첩첩산중 오지 중에 오지로 불렸던 정선군 고한읍에는 한 때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시절이 있었다.당시에는 ‘동네 개들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경제가 번성했다.그러나 1989년 정부의 일방적인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추진으로 일자리가 사라져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지역은 생기를 잃고 피폐해져만 갔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고한·사북주민들은 대정부 투쟁에 나섰고,지난 1995년 폐광지역개발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어 그 결과 주민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강원랜드가 설립되는 알토란같은 결과물을 얻었다.폐광 이후 힘들었던 시간이 끝나고 다시 과거의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줄 알았지만 카지노의 부작용으로 인한 거리와 골목의 슬럼화,인구 공동화로 인한 폐·공가의 증가 등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의 황폐를 막기 위해 보물 410호인 정암사 수마노탑과 전국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가 있는 함백산의 자연자원을 활용해 지난 2006년 야생화축제를 개최,과거의 영광에서 미래의 희망으로 바뀌는 첫걸음을 내디뎠다.함백산 야생화축제는 숲속의 야생화를 주제로 작은음악회,사진전,그림그리기 등 아기자기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로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의 축제로 성장했다.폐광 이후 쇠퇴기에 접어든 고한 구공탄시장과 연결해 정선의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하는 정선군의 대표적 여름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축제의 성공 가능성에 고무된 고한읍 주민들은 생태관광의 명소로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체험형 추리프로그램을 테마로 한 ‘야생화마을 추리극장’을 조성해 전국 규모의 추리대회를 개최했다.또 강원랜드,여행사와 협력해 고한읍을 방문하는 가족여행객,수학여행단 등을 도심지로 유인해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축제와 마을과의 연계강화를 위해 ‘골목이 희망이다.주민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개최했으며,그 결과 행정안전부의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대한민국 최초의 주민 주도형 박람회’란 찬사를 받아 타 지자체에서 많은 견학을 오는 등 성공적인 모범 사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제 고한은 폐광촌 검은 골목의 도박 도시라는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롭게 희망의 씨앗을 심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골목길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토리텔링과 야생화 디자인을 입힌 LED 공예 등 새로운 관광자원의 동력으로 활용하는데 도전장을 던졌다.또 주거환경 재생과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을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소규모 뉴딜사업을 진행하면서 고한18번가 골목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인적자원과 상가 물적 자원을 결합한 협동조합을 창립하고 국내 첫 ‘마을호텔’ 오픈도 앞두고 있다.

한 때는 대한민국 산업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도시가 폐광으로 몰락했지만,주민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이제는 부흥의 입구에 들어서고 있는 고한의 사례를 참고해 각자 다른 이유로 쇠퇴한 타 지역에서도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