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강원대학교 병원장·호흡기내과 전문의

▲ 이승준 강원대학교 병원장호흡기내과 전문의
▲ 이승준 강원대학교 병원장호흡기내과 전문의
‘하루 발생환자 131명(2020년 3월11일)’

매일 출근과 함께 질병관리본부의 상황판을 본다.20여일 만에 이제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제발 이 추세가 이어지길 바란다.

이 시점에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다시 집중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본다.우선 최근 증가하는 사망자 수가 걱정이다.이 유행병이 대개 80%는 경증으로 지나가지만,5%의 환자는 호흡부전이나 패혈성쇼크로 진행,위중하게 된다.필자가 속한 병원에도 경북지역에서 전원된 환자가 호흡부전으로 기계호흡에 의존하며 힘겹게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진행한 지금 봉쇄전략이 완화전략으로 바뀌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중환자들을 철저히 관리해 치명률을 줄이는데 힘모아야 한다.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아직도 중환자시설이 부족하다.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전원지원상황실은 전국 대형병원 중환자실 상황을 체크,중환자들을 지역에 관계없이 전원시켜 치료하고,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전문의 10명을 대구로 파견하기도 했다.전국 대형병원들이 중환자 치료에 더욱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용어가 등장했다.이 전염병이 비말로 전파하므로 개인 간격을 적어도 2m이상 유지하고,불필요한 모임은 자제하자는 운동이다.중국과 달리 특정 지역 인구이동을 막을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책이다.아울러 앞으로 2주 정도 대학 개강,학원가 휴원을 연장하고 각종 집회를 멈출 것을 제안한다.

신천지교회,콜센터 등에서 클러스터 형태로 소규모 집단발병이 이어지고 있다.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비말을 만들기 쉬운 환경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각종 요양시설 감시도 적극 해야한다.고령·고위험 환자들이 많은 요양시설은 집단 발병시 많은 희생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00여개국이 우리나라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최근 열렸던 외신브리핑과 같은 해외홍보도 강화해 주길 바란다.동선공개,안심병원 운영,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 등 지금까지 우리의 방역정책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팬데믹으로 이미 진행한 이 유행병은 앞으로 미국,유럽,동남아 등에서 많은 감염자를 낼 것이고,우리의 경험이 그들 나라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우리는 입국거부 대상국이 아니라 먼저 겪은 경험을 가르쳐 주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자원자로 구성된 대구경북 생활치료센터 진료지원,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시민들이 진료팀에 보내는 선물,익명 기부자의 방호복 지원,인터넷의 의료진 응원글….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서 필자가 느끼는 감동이 깃든 사건들이다.이 유행병은 우리 사회에 매우 아픈 충격과 경험을 주고 있다.하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 제일 소중하게 느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다.우리는 함께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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