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송읍 관우리 1921년 설치
상류지역 논 적셨던 물 모아
하류지역 일원 농경지 공급
군, 2013년 생태탐방로 조성
동식물 탐방·농촌 체험 연계
아름다운 석양 철원 9경 올라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네.” 

2000여년전 중국의 한 여인이 먼 곳으로 시집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계절에 비유해 읊었다는 노래가 지금의 철원지역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이동배치가 본격화하면서 철원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군인과 그 가족들이 대거 빠져나갔고 지난해 가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엎친데덮친격으로 코로나19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학저수지 낮풍경.
▲ 학저수지 낮풍경.

┃철원 학저수지 생태탐방로 

이번 주말 철원을 방문,아직 쌀쌀한 철원평야에 약간은 따뜻한 미풍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아

직은 많은 인파가 꺼려진다면 호젓하게 가족단위로 걸어볼 수 있는 안성맞춤의 산책로가 있다.철원 동송읍 관우리에 위치한 학저수지가 그 주인공이다.

학저수지는 원래 일제가 강산리와 중강리,하갈리 등의 협곡에서 유입하는 수자원으로 1921년에 설치한 인공저수지이다.해방후 중앙농지개량조합에서 보축해 2만5000여t을 담수할 수 있다.6·25 전쟁 후 북측에서 하류로 흐르던 물을 북철원방면으로 돌리는 바람에 농업용수 부족으로 고통을 겪다가 상류에 약간의 계곡물과 한탄강에서 양수하는 방식의 토교저수지와 동송저수지를 차례로 만들어 철원평야에 물을 대고 있다.

▲ 학저수지 여명.
▲ 학저수지 여명.

학저수지는 이들 저수지에서 흘려보내 상류지역 논을 적셨던 물을 다시 모아 하류지역인 오덕리와 장흥리 일원의 농경지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상류의 저수지가 한탄강 깊은 계곡의 물을 양수해 어렵게 담수하는 실정을 생각하면 그 물을 알뜰살뜰 재활용하는 학 저수지는 한용운 시인이 노래했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현장이다. 이런 학저수지가 본격적으로 관광자원화한 것은 지난 2013년 생태탐방로를 조성하면서부터이다.군은 저수지 일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탐방하고 주변마을에서 진행하는 농촌문화체험과 연계할 수 있도록 전체 길이 4.5㎞의 탐방로를 조성했다.탐방로는 안전하게 호수를 관망하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데크와 연결교량,돌망태,정자형 전망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다.

▲ 학저수지 수문.
▲ 학저수지 수문.

도심과 큰 도로에서 벗어나 있어 동행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조용하게 사색하며 걸을 수 있고 전구간이 평평해 노약자들도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천천히 걸어도 두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호수 옆에는 최영장군의 본관인 동주최씨 시조제단과 예숙공 최석의 3봉분묘도 자리잡고 있다. 

학저수지는 새벽 동틀 때와 저녁무렵의 석양이 아름다워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지난 2018년에는 철원군이 새로 지정한 철원 9경 중의 한 곳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몇해전까지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로 많이 이용됐지만 지금은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낚시행위를 전면금지하고 있다.겨울이면 두루미와 기러기 등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어 학저수지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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