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는 해마다 4월7일 신문의 날에 즈음 표어를 공모한다.2019년 당선작은 ‘신문보고 배우네 숲도 나무도 읽어내는 안목’이다.지난해 필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수 백 건의 출품작 가운데 이 문장에 시선이 멎었다.뻔하지 않으면서도 신문이 지닌 특성과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무엇보다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좋았다.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담담하고 절제된 어법도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임팩트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하마터면 주장이 강한 후보작에 밀려 묻혀버릴 뻔 했다.신문의 진면목을 이보다 폭넓게 아우를 수 있을까.구체적 일상을 담아내면서도 세상의 갈피를 잡아주는 것이 신문이다.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여전히 세상을 조망하는 독보적 플랫폼이다.독자들은 지면에 올려 진 것을 통해 지면 바깥의 세상까지 읽는다.행간의 세상까지 짐작하고 전망을 주는 것이 활자매체다.

디지털매체가 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신문이 갖는 고유의 유전자와 역할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신문을 읽는 데는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기관이 활용된다.이것이 논리력 사고력 창의력 향상으로 연결된다.영상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그 반대 효과가 난다고 한다.감각적인 콘텐츠가 수동적·편향적 사고를 형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인쇄매체는 오감을 통해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입장에 서게 만든다.매체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방식,수용자를 자극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인쇄매체의 입지가 축소될수록 읽기에 대한 원초적 욕구는 커질 것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했는데,성인 1인당 종이책 독서율은 52.1%,독서량은 6.1권이었다.전년 대비 각각 7.8%,2.2권이 줄었다.독서 장애요인으로는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한다거나 시간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많았다.세상을 알려면 신문을 읽고 지혜를 얻으려면 독서를 하라고 한다.코로나19 사태로 잠시 격리와 휴지(休止)의 시간이 주어졌다.퇴화돼 가는 읽기본능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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