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덕 삼척주재 취재국장

 지난해 여름 삼척시가 세계동굴박람회를 개최, 석탄산업 폐광도시인 삼척을 동굴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동굴박람회에는 관람객 517만명 관람수입금 154억원을 올린 그야말로 성공적인 빅 이벤트였다.
 이처럼 10만도 채 안되는 작은 도시에서 세계적인 이벤트 행사를 치러 삼척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자긍심을 준 것은 사실이다.
 올해도 이를 바탕으로 삼척시가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제1회 동굴해변축제를 전국단위 행사로 대대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해 전대미문의 피해를 입은 상흔을 떠올리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칫 시민 화합의 장이 돼야할 축제가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번 동굴해변 축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세계동굴엑스포의 성공개최를 자축하고 주민들에게 향토애를 심기위해 기획된 이벤트다.
 문제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생명과 가옥, 재산을 잃은 수재민들의 아픔이 치유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다는 데 있다.
 특히 일부 수해민들 중에는 집 마련이 제대로 안돼 아직도 컨테이너와 남의집에서 동가숙 서가식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축제는 그들에게는 너무 사치스럽게 보일게 분명하다.
 특히 수해로 인근 어장이 황폐화되고 냉수대의 영향으로 바닷고기가 안잡혀 생계를 위협받는 어업인과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늪에서 미래가 불안해 문을 닫거나 닫을 위기에 놓인 상인들, 이 모두를 생각하면 도저히 삼척시가 의도하는 축제분위기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삼척시는 이번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으로 경기침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이라 항변할 수 있지만 시민전체가 참여하지 않고 일부 계층만 흥청거리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정은 시민을 위해 있어야하고 시민에 의해 실행돼야 하지만 왠지 이번 축제는 시민 따로 행정이 따로 행동하는 '따로 국밥'같은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든다.
  해변동굴축제는 집안축제도 지역축제도 아닌 전국단위 행사로 삼척시가 전국적인 자치단체로 부상하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하지만 그 이면에 수해로 찢겨진 아픔을 인내하는 수해민들에게는 분명히 ‘남의 잔치’이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갈등도 풀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축제를 개최하는 당위성은 주민 화합측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 삼척시는 축제를 기획하기에 앞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모두가 반대하는 방사성폐기물 유치를 희망하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헤아렸어야 했다. 오죽하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유치를 희망했겠는가.
 이번 축제는 축제란 단어를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하며 부디 이번 축제가 시민 모두의 동참으로 화합과 결집을 다질 수있는 어울 한마당이 돼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삼척시는 주민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한치의 소홀함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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