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손으로 적은 비행기 티켓…꼬박 24시간 타고 오전 도착

▲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과 봉사단원 등이 2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3.28
▲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과 봉사단원 등이 2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3.28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옴짝달싹 못하던 우리 국민들이 정부가 마련한 임시 항공편을 타고 무사히 귀국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루에 있던 봉사단원, 여행객 등 우리 국민 198명을 태운 아에로멕시코 9978편은 28일 오전 6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항공기는 페루에서 출발해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중간 급유를 하고 다시 이륙해 인천공항까지 꼬박 24시간을 날아왔다.

승객 중에는 수개월간 계획으로 장기 여행을 하던 여행객이나 현지에서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은 300만원대 중반에서 400만원대 초반에 이르는 티켓값을 자비로 부담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급히 받았다는 티켓은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흰색 티켓 용지에 손글씨로 이름 등 인적사항과 항공 편명, 좌석번호 등이 적힌 형태였다.

인천공항에 막 내린 승객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트레킹 복장과 장비 등을 갖춘 여행객들은 고국으로 돌아온 소감을 묻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이들이 페루 현지에서 고립됐다는 기사가 국내에서 보도되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시국에 여행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쏟아진 적이 있어 언론 인터뷰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이날 귀국한 한 20대 여성 여행객은 “한국에 아예 못 들어오는 줄 알고 불안했는데 다행히 귀국하게 돼서 좋다”며 “3개월 전에 남미 여행을 시작했는데 페루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과 봉사단원 등이 2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3.28
▲ 페루 정부의 국경 폐쇄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과 봉사단원 등이 28일 오전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0.3.28

다른 20대 남성은 귀국한 소감을 묻자 가벼운 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현지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전 국민이 자가격리되니 사람을 만날 수도 없어져서 그냥 돌아왔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더 이어가지 못해 아쉽다는 봉사단원도 있었다.

한 코이카 단원은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철수하는 흐름이라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며 “현지 상황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국내 연락처 등을 기입한 서류를 제출하고 국내 연락처도 확인받는 ‘특별입국절차’를 밟고 입국장을 나섰다. 이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준수해야 한다.

외교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도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다음 주 중 전세기 2대를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