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온라인 개학 범위 고심…학부모들 “학생 추가 확진자 없어야 안심”
학교 현장 원격수업 경험·인프라 부족 ‘걸림돌’…수능 등 대입 일정도 안갯속

▲ 26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2020.3.26
▲ 26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2020.3.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정부가 초·중·고교를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4월 6일에 개학하되 전면 온라인 개학하는 방안, 학생·교직원 추가 확진자가 며칠 동안 ‘0명’인 지역은 정상 개학하고 나머지 지역만 온라인 개학하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달 30∼31일 개학 시기와 방법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온라인 수업)을 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 미성년 확진자 매일 증가…학부모들 “추가 확진자 없어야 학교 보낸다”

2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3∼27일 닷새 사이에 8천961명에서 9천332명으로 371명 늘었다.

같은 기간 미성년자 확진자도 매일 증가했다. 0∼19세 확진자는 23일 563명, 24일 573명, 25일 580명, 26일 594명, 27일 604명이었다. 닷새 사이에 41명이 늘어나 총 600명을 넘어섰다.

미성년 추가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전면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는 배경 중 하나다.

학교를 개학했다가 학생·교직원·학부모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나오면 무엇보다 중요한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도 있다.

개학을 4월 13일이나 17일로 추가 연기할 수는 있다. 법령과 교육부 방침에 따라 수업일수를 법정 한도까지 감축하면 개학일은 최대 4월 17일까지 미룰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 올해 교육과정 전반이 큰 타격을 받는다.

지역 사회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개학을 추가로 연기하거나 전면 온라인으로 개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플랫폼 기업 NHN에듀가 학교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로 최근 학부모 4만여명을 설문 조사해보니 “7일 이상 신규 확진자 발생이 없어야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가 39.2%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역에 따라서는 미성년 추가 확진자가 며칠째 ‘0명’인 곳이 있어서, 이런 지역의 교육감은 “우리 지역은 4월 6일에 개학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개학 방식이 다르면 교육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2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3.26
▲ 2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3.26

◇ 교육부, 1학기 전체 원격수업 방안도 검토…기초학력 보장 대책은 없어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 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해야 할 경우도 대비해서 기본적인 초안은 만들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전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이나 구글 행아웃 등으로 원격수업을 하면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문제가 없다지만, 학교 교사들은 이런 프로그램으로 원격수업을 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주부터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해 지원하고, 지역별로 원격교육 역량 강화 연수도 제공할 예정이지만 모든 교사가 원만히 온라인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프로그램 사용법을 숙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글을 다 못 떼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처럼 기초학력 보장이 시급한 학생들에 대한 대책도 현재까지 발표된 바가 없다.

원격수업을 들을 컴퓨터나 스마트기기가 없는 소외계층 학생이 몇 명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현재 교육청·학교에 12만여대가 비축돼 있으며, 1차 조사 결과 3천여대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만 밝혔다.

▲ 2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남정화 인제 부평초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3.26
▲ 2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남정화 인제 부평초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2020.3.26

◇ 온라인 개학 시 평가 공정성 시비 우려…학생부 마감일·수능 연기는 미정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대입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수시모집에 반영될 고3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는 8월 31일에 마감하게 돼 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11월 19일로 예정돼있다.

고3 입장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학생부 마감일 연기 여부다.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내년부터는 정시 비중이 늘어나지만, 올해까지는 여전히 수시 비중이 77.0%에 달한다.

학생들은 개학이 이미 5주 미뤄졌으므로 학생부 마감일도 최소 2∼3주 이상 미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 교사들도 여기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만약 전체 또는 일부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 평가 공정성 우려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평가는 대면 수업을 재개한 이후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화상회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실시간쌍방향 수업은 실시간 관찰이 가능하므로 수행평가나 학생부 기재를 할 수 있다”고 열어뒀다.

이런 방침이 고3에게도 적용되면 수업 방식에 따라 평가에 유불리가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 연기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수능 시험과 성적 통지 등 일정을 이달 31일까지 공표해야 하는데, 올해는 법령을 어길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개학과 대입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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