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人] 강원도립극단 배우


새 봄을 맞은 강원도립극단이 안팎으로 파릇하다.최근 춘천 퇴계동 신축 건물로 이전,전용 연습실과 교육공간을 갖춘 도립극단.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창단 8년만에 도입한 배우단원 제도다.처음 선발된 연수 및 비상임 배우단원 6명이 10개월간 극단 작품과 배우술,워크숍 등에 참여한다.이번 배우단원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됐는데 뽑아놓고보니 모두 도 출신이거나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었다.극단 측도 놀랐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모두 강원 연극에 대한 열의가 강하다.강원 연극무대의 미래를 이끌어갈 얼굴들답게 열정과 패기가 넘쳐난다.5월 특별 창작공연 ‘다녀왔습니다’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미리 만나봤다.

“일과 사랑 그리고 꿈,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죠”

황인욱(36)
▲ 황인욱(36)

황인욱은 단원 중 유일하게 연극 관련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다.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록밴드 동아리 ‘나래’의 보컬로 활동하며 뮤지컬 배우에 관심이 생겼다.이후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길이 보이지 않자 꿈을 포기하고 부동산회사 면접을 봤고 출근 통보를 받았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드라마 단역 촬영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로 만났던 장혁우 극단 무하 대표가 춘천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그는 차비만 들고 무작정 춘천에 왔고 라면과 소주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시간이 이어졌다.이후 프리랜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2016년 도립극단의 퓨전마당극 ‘메밀꽃 필 무렵’에 참여했다.

당시 이 공연 조연출이었던 아내를 만나 지난해 결혼에 골인한데 이어 최근 도립극단 상근객원단원으로 합격했고 오는 9월에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황인욱은 “도립극단은 내 인생의 길라잡이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것 같다.다음 작품에서도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끝까지 무대 위에 남는 사람이 될래요”

김희재(31)
▲ 김희재(31)

김희재는 어머니의 대를 이어 연극을 하는 배우로 유명하다.춘천 극단 마실의 이미경 대표가 모친이다.어머니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공부했을 것 같지만 오히려 25세가 되어서야 연기공부를 시작했다.이를 위해 대학에 들어간 것도 27세 때다.연극을 먼저 전공한 것은 동생이었다.당시 병원에서 일하던 김희재는 동생을 보면서 “죽기 전에 연기 한 번 해보고 싶다.쟤보단 내가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뒤늦게 시작한 연극,반면 동생은 연기를 잠시 멈췄다.

데뷔 무대는 어머니와 함께 올랐다.김희재는 “저는 소작농 딸로 엄마는 대감집 마님으로 적대 관계였는데 누가 봐도 닮아 웃기긴 했지만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김희재는 “엄마는 제 모든 공연을 보고 부족한 점을 항상 지적해준다”며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저도 느꼈던 점들이라 지나고 나면 감사하다.저는 제 딸에게 똑같이 해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엄마처럼 무대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첫 번째 꿈”이라고 밝혔다.


“좌절로 끝냈던 수많은 꿈들이 연기의 자양분 됐습니다”

이지오(34)
▲ 이지오(34)

꿈많던 소년 이지오는 어린시절 야구선수와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디스크 수술을 하게 되면서 일찍 좌절을 맛봤다.이후 꿈을 찾지 못하고 춤을 추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그러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됐고 학구열 강한 학교(춘천고) 분위기 속에서도 꿈을 찾아 나갔다.야간 자율학습 대신 김경태 원로연극인에게서 연기공부를 했고 입시에 성공,대학로와 서울대극장 등 다양한 무대에서 배우로 활약했다.춤을 잘 춘다는 장점 덕에 활동 초기 뮤지컬 무대에 많이 올랐다.이후 연극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에 뮤지컬을 멀리하기도 했다.

이지오는 “뮤지컬의 모든 것이 연극인만큼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졌다.좋아하는 춤과 연기를 모두 하게 됐다”고 말했다.다시 춘천으로 오게 된 것은 도립극단 오디션에 참여하면서다.그는 “서울이나 대학로에서는 연기 외에 신경쓸 것이 많은데 도립극단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연기 고민만 할 수 있다”고 했다.고교 졸업 후 14년만에 춘천에 돌아온 그는 지난해 ‘샤우팅’ 공연을 준비하며 자문위원으로 온 김경태 원로배우를 다시 만났다.이지오는 “선생님께서 먼저 기억해주시고 눈빛에서 장하다고 말씀하시는 듯 했다.선생님의 궤적이 연기자로서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제가 만족한 연기를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됐어요”

김자연(27)
▲ 김자연(27)

김자연은 강원도 연극의 자부심,속초 출신이다.중학생 때부터 연극부 활동을 했고 속초여고 시절 이미 출중한 역량을 자랑했다.매년 강원도청소년연극제에 참여했고 두 번이나 대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차지,긴 시간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그런데 돌연 1살 터울 오빠가 연극을 하겠다고 나섰다.집에서는 오빠에게 연기와 성악,무용 선생님을 붙여줬다.김자연은 “당시엔 오빠만 지원해준다며 짜증내기도 했지만 같은 길을 걷는 오빠와 힘든 점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대학로 극단에 소속됐지만 극단에 문제가 생겨 갈 곳을 잃었다.방황이 이어졌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장구와 노래,춤을 공부했다.그러다 오빠가 도립극단 ‘달봉이’ 무대에 오른 것을 보고 도립극단을 알게 됐고 단원으로 함께하게 됐다.김자연은 “물이 새는 지하 극단에서 화장실도 지하철까지 가서 사용했는데 이렇게 높은 건물은 처음”이라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보니 충분히 연습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기약된 작품이 없는 배우들은 꿈과 생계를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씩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딸로 유명해져서 고향을 알릴래요”

임예진(23)
▲ 임예진(23)
임예진은 이번에 뽑힌 상임 배우단원 중 최연소다.만으로 따지면 21세.뒤늦게 연기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학에서도 언제나 막내였다.그래서인지 시종일관 해맑게 웃으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반면 연기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똑 부러진다.양구 토박이인 그는 양구여고 2학년 시절 청소년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연기에 흥미를 가졌다.바로 입시 준비에 돌입했고 춘천으로 연기학원을 다니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매일 춘천행 버스에 올랐다.그래서인지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다.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고 직업도 갖게 된 것이 굉장히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예진은 “문화소외지역이라고 보는 강원도에서 저 같은 배우가 자라났다고 알리고 싶다.강원도 바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강원도만의 특색을 홍보해보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데뷔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이영애(25)
▲ 이영애(25)
춘천 토박이 이영애는 강원도립극단 창단공연 ‘허난설헌’을 보면서 연극에 매료됐다.막연하게 배우의 꿈은 갖고 있었지만 춘천에서도 규모가 큰 공연을 처음 보게 되면서 “나도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유봉여고 연극동아리 넋두리 등에서 활동하면서 공연의 재미를 느꼈고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다.

이영애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에 오디션을 보지 않고 부족함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연수단원은 교육과 데뷔 무대를 함께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연수단원을 위해 마련한 특별공연이 그에게는 데뷔무대가 된다.무대경험이 없는 만큼 함께하는 단원들이 그에게는 동료이자 스승이다.이영애는 “일반 극단이나 프리랜서 연극인들과는 달리 매일 함께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단원들에게서 배우는 점도 많다.앞으로의 활동과 배움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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