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평균 73세 강원 원로 연극인들
분단국가 소재 ‘통일 익스프레스’
오늘 발표회 형식으로 무대 올라
사회적 거리두기 고려 불가피

▲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됐던 강원도 원로연극인들의 공연 ‘통일 익스프레스’가 6일 무관중으로 공연을 진행한다.사진은 연습 모습.
▲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됐던 강원도 원로연극인들의 공연 ‘통일 익스프레스’가 6일 무관중으로 공연을 진행한다.사진은 연습 모습.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평균 나이 73세의 강원지역 원로연극인들이 관객 없는 연극 무대에 오른다.지난 2015년부터 6년째 매년 함께 무대에 올랐던 원로배우들이 올해는 텅빈 공연장에 서게 됐다.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주관하는 연극 ‘통일 익스프레스’가 6일 오후 3시·6시에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진행된다.당초 지난 2월 29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를 앞두고 춘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연기됐다.이후 감염 추이를 지켜보며 공연 시기를 늦춰왔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자 결국 무관중 공연을 택했다.

연극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어나가는 무대예술인만큼 이같은 결정은 이례적이다.다른 문화예술 공연들이 잇달아 취소를 택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무관중 공연을 진행하게 된 데에는 출연 배우들이 고령이라는 이유가 있었다.원로 연극인들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공연을 위해 여러 달 연습에 몰두하면서 육체적,심리적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주최 측은 불가피하게 발표회 형식으로라도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결국 공연장을 관리하는 춘천문화재단의 방침과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고려,사전 협의된 관계자들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강원원로 연극인들은 2015년 작품 ‘옹고집전’으로 시작,매년 뭉쳐 강원연극의 에너지를 선보여 왔다.‘옹고집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돼 2017년까지 도내 5개 지역에서 20여회 공연된 작품이다.2018년에는 ‘관객모독’을,지난 해에는 ‘이대감 망할대감’을 무대에 올렸다.

▲ 도 원로연극인들의 리허설 모습.
▲ 도 원로연극인들의 리허설 모습.

강원도 최고령 현역 배우인 김경태(70·춘천)와 지난해 이해랑 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한 장규호(71·속초)를 비롯해 지역 연극의 산 역사인 김학철(79·원주),박완서(78·춘천) 배우 등이 이들 작품에 함께 참여해왔다.올해 공연에는 내면 연기로 주목받아 온 송창언(65·춘천)도 합류하기로 했다.1970∼80년대 강원연극을 이끌었던 이들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을 통해 강원 연극인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작품 ‘통일 익스프레스’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소재로 내세워 작품 자체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휴전선 어느 곳에 남과 북이 은밀하게 만나는 비밀공간이 있다는 설정을 통해 분단국가의 현 주소를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이 비밀공간에서는 이산가족이나 부모님의 유골을 고향에 모시려는 사람,정부 고위급 인사 등을 돕는 사업들이 진행되는 곳이다.이 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통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특히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을 풍자하며 분단 도인 강원도가 맞닥뜨린 현실적 문제들을 고민하게 한다.용선중 연출가가 연출하며 중견연극인 민경과 김자영이 선배 연극인들과 호흡을 맞춘다.

박동일 문화커뮤니티 금토 이사는 “삶의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원로 예술인들의 시선으로 현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작품 주제와 가치 면에서도 연극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는데 비공개로 진행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완서 배우는 “연극 생활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무관중 공연을 하게 됐다.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며 “시국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지만 여태까지 연습한 공연을 잘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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