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홍천중학교 교감

▲ 이상철 홍천중학교 교감
▲ 이상철 홍천중학교 교감
봄이오니 어김없이 꽃이 핀다.홍천중학교 뒷산 석화산에도 분홍색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산벚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혔다.목련도 폈다.목련이 필 무렵이면 봄소풍을 갔다.화창한 봄날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농구도 하고,풋살도 하고,족구를 했다.남학생들 사이에는 학교폭력 사안도 몇 건 생겨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열었다.쉬는 시간이면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고,교실 출입문이 망가져 시설주무관이 “아이들 좀 그만 뛰어다니게 해달라”고 하소연 했다.교사 뒷편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큰 운동장에 나가서 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선생님들은 쉬는시간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떤 녀석이 수업시간에 힘들게 하네,어떤 아이는 착한데 공부를 안하네” 등 아이들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그러나 코로나19로 이런 가벼운 학교생활의 일상이 뭉개졌다.아이들 입에서 “학교에 가고싶다”는 소리가 나온단다.학교급식을 먹고 싶단다.어떤 아이는 “급식을 너무 먹고 싶어서 배식판을 샀다”고도 한다.

홍천중학교는 겨울방학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선생님들은 2020년을 알차게 보낼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행사와 체험학습 등을 준비하고,청소년 발달심리학 전문가를 모셔서 강의를 들었다.교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고,학생 개별문제를 어떻게 파악해야 성장에 도움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했다.지난해 더럽혀진 교실과 복도는 용역인력을 동원,반짝반짝 빛나도록 청소해 아이들이 등교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공기정화기 필터도 갈았고,커튼도 빨았다.

2020년 학급당 인원수가 28명으로 늘면서 2개의 빈 교실이 생겼다.빈 교실은 그간 비좁은 공간으로 겨우 유지되던 보건실을 이동해 교실 한칸을 모두 쓸 수 있게 확장했다.자치회 학생들이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학생의견이 반영된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치회실에 토론용 책상을 마련하고,커다란 북을 담아두는 공간도 마련했다.코로나19를 대비해 교실과 교사 주변 방역했다.도교육청에서 지급해 준 열화상카메라를 부장교사들에게 연수하고 개인신상이 최대한 보호되는 공간에 일시적 관찰실을 마련했다.학생 개개인에게 지급할 마스크도 어렵게 준비했다.학생 312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급식실은 한 칸씩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등교시 이동경로도 마련했다.

그 어느 해보다 완벽하게 학생맞이 준비를 했다.9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개학을 한다.교사들은 동영상 수업자료를 모으고,영상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학교에는 아이들이 없다.언제 교문이 활짝 열려 교사와 교정에 아이들의 아우성소리가 날지 기약없다.우리 모두의 열망은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는 것이다.개학날이 코로나가 사라지는 날일 것이다.그날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교실 칠판에 담임교사가 붙여 놓은 ‘환영합니다’ 문구와 ‘자리표’ 를 언제쯤 아이들이 볼 수 있을까.학교는 간절하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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