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동 열 <영동본부 취재부장>

 2010년 동계 올림픽 유치가 무산된뒤 지역사회에서 건의가 잇따르는 현안이 있다. 원주∼강릉에 약속대로 2010년 이전에 복선 철도를 놓아달라는 것이다.
 철도청에서 2010년 이전에 개설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면 그만일텐데 왜 다시 촉구 건의까지 해야할까.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된뒤 철도 개설 약속이 또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선거철마다 등장해 풍선 처럼 기대만 부풀렸다 사라지는 공약(空約)처럼….
 300만 도민이 밤 잠을 설치고 한마음으로 동계 올림픽 유치를 성원하고 기도했던 것도 한편으로는 원주∼강릉 복선 철도 건설 처럼 SOC 확충이 조기에 이뤄진다는 또 다른 믿음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한반도의 동∼서 횡단거리를 단축시켜야 한다는 염원은 그만큼 간절하다.
 철도청 계획에 따르면 철도가 건설될 경우 원주∼강릉은 1시간 3분대 주파가 가능하다. 수도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여행시간은 1시간57분대, 2시간도 채 안걸린다는 것이 철도청의 계산이다.
 4차선 영동고속도로를 시속 120㎞로 줄곧 달리는 것과 맞먹는 시간대다. 그러나 지난 2001년 11월 4차선으로 확장 개통된 영동고속도로는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동맥경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 피서철이나 관광철 주말에는 서울∼강릉이 5∼6시간이 보통이다. 심할때는 10시간 이상의 고행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관령 너머 영동은 아직도 먼 곳이고, 그 때문에 그냥 여름 한철 휴가나 받아 여유가 있을때 다녀가는 곳 이라는 시간·거리상의 제약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수송이 가능한 철로는 지금 중앙∼태백∼영동선을 경유하고 고갯길에서는 뒤로갔다가 탄력을 받는 '스위치 백(Switch Back)' 까지 해가면서 돌고 돌아 무궁화호 기준으로 6시간 50분이 걸린다.
 경제의 요체인 물류가 흐르기 어렵고 투자 또한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동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투표일(7월2일)을 꼭 한달 앞둔 시점이었던 지난 6월3일 원주∼강릉 120㎞ 복선 철도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실시설계비 25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2010년 올림픽 개최전에 1시간3분대 주파가 가능한 철도를 건설하겠다는것 이었다. 원주∼강릉 삼백리 거의 전구간이 경기장 역할을 하게되는 상황에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과제가 되자 올림픽 유치를 돕기위해 계획을 앞당기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2010년 올림픽 유치가 안타깝게도 실패로 돌아간 지금, 원주∼강릉 철도는 또 그만큼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다. 누군가 챙기고, 속된말로 눈에 쌍심지를 켜지 않으면 다시 몇년을 더 수고하고 기다려야 하는 걱정이 기우나 노파심이 아니라 경험론적으로 고개를 드는 것이 현실이다.
 동계 올림픽 유치가 '아름다운 도전'으로 끝난뒤 우려가 제기되자 철도청 관계자는 "강원도의 힘을 보여달라"고 우회적인 수사로 채근 노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반증이라도 하듯 지역 정치권이나 道, 강릉시는 지금 "실시설계비 259억원을 내년예산에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속초지역에서도 '약속 이행' 촉구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행사용'이 아니라 '민생용'의 관점에서 강릉∼원주를 봐 달라는 것이다.
 50년간 끊어졌던 남∼북 동해선 철도가 군사분계선에서 다시 이어진 지금, 강릉∼원주 철도는 통일시대를 위한 경제적 포석이기도 하다. 행사용의 시각으로 본다면 2014년 또 한번의 약속도 있을 수 있겠으나 민생용이라면 2010년 완공, 한번의 발표가 유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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