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영서본부 취재부국장

 2003~2004년 시즌 4라운드에 돌입한 프로농구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원주 연고의 TG삼보팀은 25승9패를 기록하며,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강원도는 프로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러나 원주의 농구열기는 국내 10개 프로구단의 연고도시, 그 어느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뒤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단연 돋보인다. 지난시즌 TG삼보구단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매각설과 함께 연고지 이전이 거론됐을때는 범시민적인 '사수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외부적인 조건만 놓고보면 원주의 농구열기는 일종의 '이상현상'에 가깝다. 이번 시즌도 초반부터 연일 입장권이 매진되고, 경기장주변에는 교통난이 빚어질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TG삼보팀이 지난시즌 우승에 이어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단지 연고팀의 선전을 흥행의 배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주의 농구열기를 얼른 설명하기가 이렇게 쉽지않다.
 이번 시즌도 총 6라운드의 정규리그 가운데 3라운드를 마감, 이제 본격적인 승부카운트에 들어갔다. 각 팀은 전반 3라운드를 거치면서 상대팀에 대한 탐색을 끝내고 새로운 각오와 전략으로 후반 대회전에 나서고 있다. TG의 경기가 있는 날 홈구장인 치악체육관은 만원사태다. 3천300석의 좌석이 넘쳐나고, 경기장 밖에서 발을 구르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수백명씩의 외지 원정관람객까지 몰린다.
 경기장에는 코트에서 뛰는 선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관중과 코트를 잇는 각종 이벤트가 보는 재미를 더 해준다. 프로농구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경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 혹은 산업의 영역으로 외연을 넓혀가고있다. 원주의 이같은 농구열기 이면에는 프로스포츠가 갖는 상업적인 본능, 문화적인 소외감을 느끼고있는 지역의 정서, 경기장에서의 몰입과 집중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되는 요즘사람들의 욕구가 절묘하게 맞물려있다. 이것이 어쩌면 농구에 대한 원주사람들의 막무가내식 애정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지도 모른다.
 경기장에서는 엄청난 구심력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지역의 원로이자 평생 인술을 펴다 2년전 작고한 고 문창모 박사는 열렬한 농구팬이었다. 그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빠짐없이 치악체육관을 찾았고 원정경기장까지 따라 나섰다.그의 농구에 대한 열정은 10대, 20대의 서포터즈의 그것에 뒤지지않았다.
 어쩌면 9순의 문박사에게는 경기가 뿜어내는 열기보다는 시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알 수 없는 연대의 에너지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은 오는 4월까지 장장 6개월여동안 이어지면서 각본없는 드라마를 엮어가게 된다. 경기는 1쿼터당 10분씩, 모두 4쿼터로 진행된다.경기의 흐름이 기(起), 승(承), 전(轉), 결(結)로 짜여진 것도 그 구성과 배합이 절묘하다. 패배와 설욕, 역전과 재역전,기사회생의 변화무쌍한 코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더 없이 좋은 구도다. 관중은 전,후반으로 결판내는 삭막한 승부를 강요당하지 않고, 승부세계가 줄 수 있는 재미를 마음 껏 음미 할 수 있다.
 그러나 승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이같은 불예측성은 바로 게임의 요소다. 현재 선두의 TG삼보팀이 끝까지 선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홈팬의 기대이지만, 결말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농구가 주는 또 하나의 상징과 메시지는 역동성과 지향성이다. 좁은 코트에서 10명의 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상대의 골밑을 향해 간단없이 전진한다.지칠 줄 모르고 볼을 좇으며 바스켓을 지향한다. 말하자면,경기는 지향과 지향의 부딪힘속에서 동력을 얻는 셈인데, 그러나 두 힘은 충돌하지 않고 조화속에서 상승한다.
 자랑이 많은 프로농구와 원주의 만남은 그리하여 행운이다.
 원주시는 연고구단의 운영을 통해 지역홍보효과와 더불어 엄청난 유무형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쯤되면 프로농구가 원주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있는 셈이다.
 강릉에서, 태백에서, 정선에서, 영월에서 혹은 제천에서 단체관람을 위해 전세버스가 몰려오고 있다는 점은 중부권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원주시로서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원주시는 지난시즌 구단매각설이 제기됐을때 전용구장 건립과 선수숙소 제공을 약속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또 올해는 살림살이가 넉넉지않은 구단을 위해 1억원의 예산까지 반영해 놓고 있다.
 그러나 연고구단의 운영효과를 극대화하고 부가가치를 확대재생산 하기위해서는 관련시책을 발굴하는 등의 후속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한다. 그래야 떠나려던 구단의 옷소매를 부여잡았던 체면이나 모처럼 예산까지 반영하며 애정을 쏟은 의미도 제대로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연고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원주시가 역할이 끝났다고 서둘러 손을 털어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토록 판이 무르익어가는데 단지 경기가 주는 달콤한 재미에만 마냥 빠져있어도 진정 그만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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