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 도 <편집부국장>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으나 칼바람이 매섭다. 아니 매섭다기보다는 무섭다. 총선 30여일을 앞두고 검찰 경찰 선거관리위원회의 일거수일투족은 가히 선거문화혁명을 방불케하고 있다. 한동안 CF로 주가를 올렸던 ‘걸면 걸린다’라는 카피가 총선 정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과거 구두선처럼 여겨왔던 공명(公明) 선거가 정치개혁과 맞물려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 열린 우리당 공천후보가 구속되고 지지자 10여명이 줄줄이 소환되거나 구속되고 있다. 또 선관위 직원들이 모 군수의 발언내용을 불법 도청한 것 등은 과거의 눈으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총선후보는 여권의 올인 전략에 따라 동원(?)됐다는 점에서 당락에 관계없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검찰의 선거사범에 대한 확고한 처리의지를 읽을 수다. 예전같으면 선거가 끝난 후에나 가능했음직한 일을 속전속결로 그것도 단칼에 끝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직도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줄 소환되거나 구속될 위기여 놓였다는 점에서 검찰의 칼날 서슬이 시퍼렇다.
 돈선거 추방을 위해 경찰과 선관위가 시행하고 있는 포상금제는 선거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을 직접 신고한 사람에게 최고 5천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선관위도 받은 액수의 50배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유권자가 금품 등을 받다 걸리면 50배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경찰 선관위의 의지와는 달리 후보자와 지지자 유권자들의 의식과 사고는 선거혁명을 이루겠다는 사정당국의 의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직도 돈으로 해결하려는 후보자가 있고 일부 선거꾼들이 후보자에게 기대, 떡고물을 챙기려는 구태가 재현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십 수년전 춘천지역 모 후보의 선거를 돕던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밭갈이를 하는 촌부를 찾아가 지지를 부탁하자 “막걸리 값이라도 달라고 하더라"며 씁슬해 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21세기인 현재도 이 같은 사고를 갖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권자와 이에 뇌동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 5일 현재 도경찰청에 적발된 선거사범은 94건 102명, 도선거관리위원회에 159건 등 도내에서 적발된 불·탈법 선거운동 행위가 250여건에 달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다. ‘최상의 선이 물과 같다’는 것으로 물이 낮은 곳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겸손하고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가 깨끗해지려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선거가 순리대로 공명하게 치러져야한다. 4·15총선을 관리하는 사정당국의 서슬은 막혀있는 물을 흘러내려 보내려는 의지의 단면이자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선거혁명은 사정당국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후보자와 선거 종사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유권자의 깨어있는 의식과 동참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