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연 재 <인제 주재 취재부장>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묘지 면적은 1000㎢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땅이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이미 2000만기를 넘어선 묘지는 주로 개인묘지로서 70% 이상이 불법이다.
 이러한 묘지는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생태계 파괴, 자연경관의 훼손 뿐 아니라 조성과 관리에 있어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또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아보기 어렵고 사후관리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으로 변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묘지의 40% 이상은 무연고 묘지로 관리조차 되지않고 있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묘지는 전체 묘지중 개인묘지가 69%, 집단묘지(공동묘지)가 31%로,개인묘지의 70%이상이 불법묘지이며 활용 가능한 땅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주거공간은 4.3평인데 묘지면적은 평균 15평에 달해 주거공간의 3~4배나 더 큰 실정이다.
 인제군이 최근 남면 남전리 석둔 일대에 화장장을 비롯한 납골당 등 이른바 '추모공원'을 조성하려 하고 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쳐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인제군은 나름대로 유치지역을 공모 형태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고 주민들 의견은 날치기 선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선정 사유가 불투명한 것은 틀림 없지만 주민들도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 만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홍콩 등지에서의 추모공원은 주민들에게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의 묘지는 그 자체가 마치 예술품과도 같아 조각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큼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품들 때문에 관광명소로 각광받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3년동안 기거하던 풍습이 조선시대 말까지 전해 내려왔다.
 죽은 자가 무섭고 혐오스럽다면 어떻게 산소 옆에서 3년이란 기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산 자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은 자로 된다.
 지난 200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묘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분묘의 설치기간을 최장 60년으로 하고 묘지의 크기는 대폭 축소하는 한편, 화장과 납골에 관한 현행법 규정의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였다.
 특히 설치기간이 종료된 분묘는 유골을 화장 또는 납골하도록 하고 있으며 적합하지 않게 설치된 장묘시설에 대해서는 종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에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개정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금 인제 남전리는 추모공원을 유치하는 일로 '찬성파'와'반대파'가 반목하는 등 평온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이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여기에다 이웃마을 주민들도 덩달아 반대에 합세하고 있으니 '누구나 죽으면 묻힐 일'을 놓고 아까운 힘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전국 제1의 청정 인제'가 '전국 제1의 묘지 인제'로 바뀌지 않도록 관과 민이 지혜를 모아 후손으로부터 조상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하겠다. 정 연 재 yjje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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