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록 서울본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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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시대적 의미는 분권과 참여로 요약된다. 그만큼 분권은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고 변화의 원동력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모든 자치단체들마다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에 소재한 특별행정관청은 이전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지역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매달리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정치권의 발빠른 수읽기가 시작됐다. 정치권은 50%에 이르는 수도권 표를 겨냥해 눈물 겨운 추파를 던지고 있다. 여당은 서울공항 이전을 시작으로 각종 수도권 위무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고 야당은 '수도분할'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분권을 폄훼하고 있다.
 심지어 분권운동에 맞서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범국민기구를 만들라고 촉구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국민수도권 분할운동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의 이같은 대응은 예견못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거나 더 조직적이라거나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정치권의 수도권 눈치보기는 행정복합도시를 떠나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이에 반해 지방은 자중지란의 경계선까지 와 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불안하면서도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은 왜 이렇게 초조한가. 무엇 때문에 앞서 걱정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그것은 간단하다.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외풍에 홀로 맞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옆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타시도는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고립돼 있다는 그 소외감이 지방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중앙부처는 정말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그 속에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외부의 충격 같은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외부 변화 속도에 맞춰 21세기형 국책사업 모델들을 찾아내고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은 아직도 요구와 주장만 내세우고 있고 무엇을 하고 해나가야 한다는 방향과 책임은 뒤로 젖혀놓은 듯한 모습이다. 혹시 아직도 지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머리띠와 물리력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있다고 자신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지방이 중앙을 향해 외치는 구호들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 귀에 그대로 꽂히게 되는 이명(耳鳴)현상으로 남을 것이다.
 외부의 변화에 눈감고 우리에게 소홀한 결과는 예상할 필요조차도 없다. 새로 추진할 신규사업도 없고 정부나 외부의 속도와 발맞추기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역으로 돌아올 결과는 너무 뻔하다.
 정부가 더 주지 않으면 지방은 곧 쓰러지고 말 것처럼 주장하는 그 논리 속에는 정말 심각하게 우리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자문이 빠져 있다.
 분권의 외연은 확대되는 데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오히려 안으로 문을 굳게 닫는다면 쇄국(鎖國)자치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지역이 그토록 원했던 분권이 아직도 '우는 아이'의 논리적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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