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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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타미(熱海)는 수도 도쿄(東京)에서 남동쪽으로 100㎞ 떨어진 태평양 연안의 시즈오카겐(靜岡縣)에 자리잡고 있다. 이즈(伊豆)반도의 동쪽 현관인 아타미는 '용출하는 온천으로 뜨거워진 바다'라는 이름이 말하듯 온천도시로 유명하다. 아타미는 아름다운 바다를 안고 해안으로부터 구릉지까지 온천이 펼쳐져 있다. 야경은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울 만큼 아름답다. 이곳은 일본내 문화, 예술인들이 즐겨찾는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수일-심순애의 애증을 다룬 1913년 조중환의 신소설 '장한몽(長恨夢)'의 원작인 일본작가 오자키의 '곤지키야샤(金色野叉)'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아타미시 태평양 연안에는 이수일-심순애의 본래 주인공들의 이별장면을 그린 동상도 세워져 있다.
 아타미는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 조종사인 박경원(1901~1933) 여사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박경원은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청연'(주인공 장진영 분)을 통해서 여자가 어머니 말고 할 수 있는 게 드물었던 시대, 그의 치열한 삶과 불운이 그려질 예정이다. 1901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던중 어릴적 꿈을 찾아 24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도쿄의 가마타(蒲田) 자동차학교를 거쳐, 26년 가마타 비행학교에 들어간 그는 조종사 수업을 받고 2등 비행사가 된다. 1933년 도쿄에서 모국행 첫 비행을 위해 이륙한 그는 난기류와 안개에 휩싸이며 비행기 동체와 함께 아타미의 겐가쿠산(玄嶽山)에 추락해 산화했다. 그의 추모비가 지금도 아타미 시중심부의 바이엔(梅園·매화공원)에 세워져 있다.
 아타미와 우리와의 역사는 현재도 계속된다.

 지난 2000년 9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모리 일본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곳이 아타미다. 당시 김대통령과 모리총리는 한일간의 우정과 평화를 다짐하며 회담을 가졌고 시민공원 바이엔을 거닐며 우의를 다졌다.
 아타미시는 한일정상회담 2년뒤인 지난 2002년 8월 자부담으로 바이엔 공원에 한국정원(韓國庭園)을 만들었고, 시내에서 바이엔에 이르는 거리를 '한국거리'로 명명했다.
 한국정원은 360여평의 대지에 8평의 팔작지붕 한옥 1개동과 1.6평의 맞배지붕 대문이 서있다. 정원에는 연못도 팠고 장독대까지 세우며 한일간의 우의를 다짐했다.
 그후 약 3년여가 흐른 지난 14일 오전 아타미의 바이엔공원을 찾은 기자는 독도와 역사왜곡 파문 등으로 뒤틀린 한일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국정원'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10평 안팎의 연못은 오염돼 있고, 마당 뒷편에 자리잡은 장독대의 항아리 덮개는 깨진채 방치되고 있었다. 찾는 이가 없어 쓸쓸하기도 한 한국정원 관리책임은 우리에게도 있었다. 전현직 주일 한국대사들이 이곳을 방문해 현판을 남기고, 기념식수를 하며 그들의 흔적은 크게 남겼지만 일본 자치정부가 조성한 정원관리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옹색한 한옥 1칸방에 책을 읽는 선비의 모습도 문사철(文史哲)과 시서화(詩書畵)를 두룬 갖춘 조선시대의 선비상을 표현하기에는 왠지 부족한 감이 커 보였다.
 일본의 지방도시 아타미를 떠나오는 기자의 머리속에는 위기의 한일관계속에 홀로 떠 있는 '독도'와, 바이엔공원의 쓸쓸한 '한국정원'의 모습이 겹쳐져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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