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농협이 지난해 7월1일 농협과 축협, 인삼협이 통합돼 100개의 회원조합을 거느린 거대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지 만 6개월이 지났다. 강원농협은 올해를 '통합농협 기반확립의 해'로 정해 통합 시너지를 가시화하는 한편 급변하는 농업과 농촌환경에 대응하기위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올해는 △전체조합의 절반인 49개조합의 조합장선거가 실시되고 △통합이후 조직진단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남북강원도교류 진전에 따른 농업분야 농협의 역할 등 대형현안들이 산적해있다.

통합강원농협의 초대 본부장으로 취임, 전환기의 농협을 이끌고 있는 趙寬一본부장(52)을 만나 올해 강원농협의 농정방향과 구상 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註>


-통합 강원농협의 사령탑이 된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 6개월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가.

▲전반적으로는 우려했던 부작용을 크게 겪지않고 차분하게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통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타시도에서는 불협화음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강원도의 경우 비교적 이같은 진통없이 통합에 안착했다는 판단이다.

통합이후 강원농협은 공동판매사업, 영농자재, 업무처리능력평가 등 각 부문평가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물론 미진부분이 있으나 종합적으로는 통합의 정신을 살리고 있다고 본다.

-취임과 동시에 ‘농협달라지기운동’을 주창했다. 이 운동의 성과를 어떻게 자평하는가. 또 이 운동의 배경에는 농협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자기비판의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본다. 과거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인가.

▲농협달라지기운동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우선 나 자신부터, 작은 일부터 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회원농협이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중앙회소속 직원부터 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각팀별로 회원조합에 안부전화하기 등의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서 회원농협과 중앙회소속 사무소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이것은 의식이 바뀐 것으로 대단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농협의 각 계층간 업무협조가 원활히 돼야 대농민사업도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농협의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달라져야 농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농협이 신용분야에 너무 편중돼 있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있다. 금융부문에 경도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같은 지적을 가슴아프게 받아 들인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이해부족에서 오는 측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도시지역에서 농협의 금융점포가 눈에 많이 띄고 일반인의 접촉기회가 많은 부문이 신용부문인 때문도 작용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회원조합들의 경우 묵묵하게 농촌현장에서 경제사업을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같은 모습들이 확산되면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부임후 먼저 농업관련단체 임원들을 찾았다. 그분들에게 명예본부장을 맡아 줄것과 농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농협은 농협 77개 조합, 축협 22개 조합, 인삼협 1개조합 등 모두 100개 조합을 거느린 거대조직이 됐다. 그러나 통합이후 조합간의 이질적인 문화와 업무방식으로 갈등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 통합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라고 보고 어떤 방향으로 통합을 완성시켜갈 생각인가.

▲이제 ‘첫단추’를 꿰었을 뿐이다. 겉으로 소리가 나지않는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 농협 축협 인삼협이 모두 비슷한 생산자단체이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질감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실질적인 일(업무)을 통해 한식구라고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전 철원축협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본부에 간곡히 호소, 철원축협이 경영정상화가 될 수 있었다. 또 회원조합들이 내일처럼 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등 협동조합의 정신을 발휘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통합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趙본부장께서는 지난해 남북강원도교류협력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남북강원도의 교류는 어차피 농업과 수산분야가 축을 이룰 것으로 생각되고 농협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농협차원의 남북교류를 어떻게 구상하고 전망하는가.

▲도차원의 남북강원도교류 프로그램이 나오는대로 농협차원에서 할 수 있는 물질적 기술적 재정적 지원 등 가능범위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특히 영농기술 교류는 남북이 서로 앞서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감자가 남을 때 북한에 지원하면 단순히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남쪽 농민들도 돕는 셈이 된다. 이처럼 남북이 공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것이다.

-통합이후 부실조합의 정비필요성이 대두되고 통합에 따른 중복점포 해소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통합농협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농협은 제 역할만 다할 수 있다면 반드시 크지 않아도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통합이 능사는 아니지만 경영정상화가 안되는 점포는 통합할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정해놓고 하는 통합은 아니지만 1∼2년이내 자연스럽게 통합이 이루어져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올해안에 100개 회원조합 가운데 절반인 50개 조합이 조합장 선거를 치른다. 벌써부터 과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등 선거부작용과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합장선거를 모범적으로 치를 방안은.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미 연초부터 선거관리단을 구성, 운영중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과열 혼탁이 나타나는 것을 농민과 조합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농촌이 어려운때다.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강원농협이 이달부터 대대적인 감자팔아주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촉진운동의 필요성이 이해되지만 가격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하는 것 아닌가.

▲양파, 과일, 돼지고기, 감자 등 농산물가격이 하락하고 팔아주기운동을 벌일 때마다 무척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농촌현실이 제한된 작목에서 기술은 발달하고 수요는 한정돼 있어 과잉생산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일단 현재 6만여t에 이르는 재고해소를 위해 2월까지는 소비촉진운동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기대책이다. 향후 감자의 ‘제2주식화(主食化) 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최근 농가부채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부채탕감이 단기적인 응급처방은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농가부채문제의 해법도 농가의 소득보장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가부채 경감만 이루어진다면 ‘악순환’만 되풀이 될 뿐이다. 농민들은 무엇을 심느냐보다 어떻게 생산하는냐가 중요하다. 일본에서 사람 키만한 무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비록 이 무의 상품성 여부를 떠나 이들의 실험정신에 주목해야한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농민스스로도 농업관련지원 기관단체에서도 이같은 방향에 초점을 둬야한다.

-강원농협이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또 농민조합원과 도민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올해는 조직의 안정과 화합을 바탕으로 농민지원사업에 최대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지난 6개월동안 농협점포의 '창구달라지기운동'을 전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제 달라지기운동의 중심이 회원농협과 농촌현장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예정이다. 농업과 농촌, 농협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대담: 金相壽경제부장

정리: 陳鍾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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